[기자수첩] 금리 레이스

[기자수첩] 금리 레이스

배성민 기자
2009.08.18 08:28

출발이 늦었지만 중요한 건 속도조절이었다. 세계신기록이 나온 육상 남자 100m 얘기만은 아니다.

최근 금융시장의 주요 화두인 금리문제가 그렇다. 지난주 국내 금융시장의 거물들이 금리 관련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시장금리가 좀 앞서가는 상황"이라며 "시장금리와 정책금리간 격차가 통상적인 수준보다 조금 크다"고 말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 등에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하지만 국고채(3년물) 금리는 당일에만 떨어졌을 뿐 12~ 14일 사흘 연속 올랐다. 상대적으로 꿈쩍 않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13일 0.03%포인트 오르며 꿈틀거림에 가세했다.

사흘 만인 14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나섰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상황에서 CD금리만 기조적으로 오르긴 힘들다"고 밝힌 것.

그런데도 정작 당일 CD금리는 0.02%포인트 올랐고 17일에도 움직였다. CD금리 상승은 대출금리 오름세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당국자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이은 언급은 속도조절의 성격이 짙다. 육상경기에서 출발선을 먼저 치고나가는 선수들이 있으면 경고사인을 보내거나 경기 후 도핑테스트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역할은 거기까지다. 심판 이상의 역할로 흐름을 거슬러서는 곤란하다는 것.

당국의 언급과 반대로 가는 금리를 보며 일부에서는 지난해 환율 악몽을 연상하기도 한다. 수출기업 지원이나 물가문제 등을 들며 상향 또는 하향으로 환율을 재단하려다가 정작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손발이 묶인 상황 말이다.

일단 한두달 사이 기준금리 상승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데는 대부분 전문가가 이견이 없다. 집값 문제 등이 있지만 경제회복을 희생해가며 금리를 올리는데 당국이 부담스러워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는 인상 쪽의 흐름"이라거나 "금리 상승은 경기회복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당국의 부연설명에 더욱 눈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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