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매각설에 증권맨만 안절부절

[기자수첩] 매각설에 증권맨만 안절부절

유윤정 기자
2009.08.19 07:16

“제가 (퇴사) 준비를 해야하는 걸까요? 점쟁이가 대운이라더니...”

미소를 띄우며 얘기를 꺼낸 A 증권사 임원의 말이다. 그의 농반진반 덕분에 식사분위기는 좋았지만 마음 한 켠에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는 없었다.

얼마 후 최근 B증권사에서 C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지인을 만나 차를 마실 일이 있었다. '연봉이 많이 올랐을까' 상상을 하며 그에게 이직한 이유를 물었다.

"왜 옮기셨어요?"

"불안해서요..." 그의 답은 너무나 간단명료했다.

A와 B증권사 두 회사의 공통점은 최근 매각대상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증권사들이라는 점이다.

KB금융(160,600원 ▲1,800 +1.13%)이 지난달 10일 이사회에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결의, 증권사 인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여러 증권사들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유진투자증권(5,970원 ▼310 -4.94%)을 시작으로교보증권(14,060원 ▲20 +0.14%),현대증권, 이에 더해 푸르덴셜증권까지 물망에 올랐다. 일부 증권사는 그럴싸한 삼각딜 시나리오까지 나돌았다.

인수합병(M&A)이라는 것이 워낙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긴 하지만 매각 대상에 거론되는 증권사 임직원들은 소문이 돌 때마다 위기감에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한번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면 이후 ‘안판다’고 아무리 손사래를 쳐도 ‘매각대상 회사’라는 이미지를 쉽게 탈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딜 계약을 따내는 데도 지장이 많다. 한때 매각을 시도했던 유진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이제 안 판다’고 오너가 직접 나서 해명까지 했지만 시장은 쉽게 수긍하지 않았다.

특히 유진투자증권은 매각설에 시달리는 단골메뉴가 돼버렸다. 작년부터 조회공시만 3번을 받았다. 인수주체는 외국계인 필라델피아뱅킹그룹부터 롯데그룹, KB금융까지 다양하다. 유진투자증권 주가는 매각설이 나온 후 상한가로 직행했다가 매각설을 부인하면 주가가 급락하는 모습을 반복하기도 했다.

KB금융도 막상 유상증자를 해놓고선 '신부감이 없다'며 차일피일 증권사 인수를 미루는 분위기다. 정작 피해자는 매각설이 돌고 있는 증권사 직원들이 됐다.

워낙 인력이동도 잦은데다 쉽게 '말 옮기기' 좋은 곳 중 하나다보니 이런 저런 억측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