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감독당국도 체면 구길까

[기자수첩]감독당국도 체면 구길까

박재범 기자
2009.08.24 15:27

# 2003년 8월27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공식 인수한 날이다. 만 6년 동안 일이 참 많았다. 매각 협상과 결렬은 주목조차 받을 수 없을 만큼 말이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이 이어졌다. 공직 사회는 흔들렸다. "정책 판단에 책임을 묻다 보면 앞장 설 공무원이 누가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관료의 이름을 딴 신드롬도 여기서 나왔다. 1심 결과는 무죄. 그렇게 검찰은 체면을 구겼다.

# 2009년 1월. 감사원이 청와대 고위관료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그는 곧바로 옷을 벗었다. 경제부처 차관을 지낸 뒤 금융권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녹을 먹은 지 채 1년도 안 된 시점이었다.

감사원은 이 관료가 금융회사 CEO로 있을 때 컨설팅 회사를 부당하게 선정했고 다른 회사를 비싸게 사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로 공을 넘겼다.

하지만 검찰은 '경영상 판단'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그렇게 감사원은 체면을 구겼다.

# 2009년 8월. 금융감독원이 전직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정했다. 감독당국 형님격인 금융위원회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마치 말을 맞춘 듯 '손실 책임론'을 입에 올린다. 1조원 대 손실을 냈으면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법규 위반도 적잖다고 덧붙인다.

당국에 따르면 전직 은행장은 외형을 키우기 위해 파생 상품 투자를 '지시'했다. 이는 '경영상 판단'이나 '정책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손실을 초래한 '무리한 행위'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그간 외쳤던 '○○○ 신드롬'과 '정책 결정 면책론' 등은 이 순간 잠시 자리를 비운다. 그만큼 당국 내부 공기는 차갑다.

반면 바깥 공기는 따뜻하다. 당국이 무리했다는 지적과 함께 음모설 등 각종 설이 따라 붙는다.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레드카드'는 너무 하다는 '동정론'까지 있다.

감독당국은 체면을 구기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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