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자자 펀드痛

[기자수첩]투자자 펀드痛

강미선 기자
2009.08.26 07:20

"환매했더니 앓던 이 빠진 기분이야."

코스피지수가 13개월만에 1600선을 돌파한 24일. 지인이 1년반 전 들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를 ‘드디어’ 환매했다며 "한 턱 내겠다"고 연락을 했다.

불과 10개월전 반토막을 경험했던 터라 원금만 회복되면 바로 정리한다고 벼르더니 전거래일 종가기준으로 원금이 딱 떨어지자 이날 행동에 나선 것이다. 운이 따랐는지 이날 주가가 급등한 덕에 최종 수익률은 4% 플러스로 돌아섰다.

질주하는 증시 속에서 개인의 펀드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증시가 활황이면 투자심리가 고조돼야 하는데 펀드시장은 4월 이후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며 냉랭하다.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 속에 국내 우량 기업들의 이익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면 주가상승을 좀 더 지켜보면서 더 나은 수준에서 환매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하지만 펀드통(痛)에 끙끙 앓아온 투자자들에게 이런 얘기는 원칙론에 그칠 뿐이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작년 폭락장에서 바닥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40%까지 깨졌다가 지금 5%만 수익이 나도 체감으로는 45% 수익을 낸 느낌이 들 것"이라며 "그만큼 펀드에 대한 기대치와 눈높이가 많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펀드운용사와 판매망인 은행·증권사에 대한 신뢰 하락도 투자자들의 외면에 한 몫 하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2년 넘게 넣었는데 아직 마이너스면 장기투자하라는 얘기가 귀에 들어오겠냐"며 "수수료도 높고 펀드매니저도 수시로 바뀌고 투자 원칙도 없는 펀드라서 얼마 전 상담원한테 환매 얘기를 했더니 대뜸 CMA를 들라는 통에 더 화가 났다"라고 전했다.

그나저나 '앓던 이'를 뺐다는 친구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되찾은 원금을 펀드에 다시 넣긴 싫고, 최고가 행진을 벌이는 잘 나가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자니 막차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앓던 이 뺀 자리에 새 이가 안나면 어쩌지. 이래서 개미들은 안 되는 걸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미선 에디터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