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따뜻한 세금정책'이 필요한 때

[기자수첩]'따뜻한 세금정책'이 필요한 때

이승제 기자
2009.08.26 08:02

세제개편안 '딜레마' 양상…세제 정체성 수립해야

25일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대책은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으로 줄어든 '곳간'을 채우기 위한 증세에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세수 확대의 주 타깃으로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지목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중산층에 대한 증세로 이어질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소득공제 폐지, 에어컨 냉장고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 5% 부과, 부동산 양도소득에 대한 예정신고 세액공제 10%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소득세·법인세 인하라는 부자감세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중산층 증세 개편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에는 감세정책 유지, 수명을 다한 감세제도의 폐지라는 '이중 정책'이 담겨 있다. 두 목표가 상충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편안 마련 과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증세정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여론' 즉 '국민의 소리'를 얼마나 반영했냐는 문제제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세제 정책은 복지정책과 더불어 정치권의 최대 이슈이자 전국민적 관심사로 다뤄진다. 세제정책을 최종 확정하기까지 여야 대립 및 협상, 여론의 지속적인 비판 및 검증절차를 거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세제정책은 지금까지 '상명하달식'으로 수립·시행돼 왔다. 이번에 나온 세제개편안도 마찬가지다. 이미 확정한 감세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새로운 증세를 추진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민의'가 배제돼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시행되고 있는 세제정책의 '정체성'을 문제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세금정책은 그 어떤 정부 정책보다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하는데, 갈수록 '임시처방식 정책'이 많아지고 있다는 우려다. 자체 'DNA'를 통해 일관된 변화를 거쳐야 하지만, 최근 정책은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번 개편안은 9월 정기국회의 핫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증세의 필요성을, 야당은 중산층 증세 반대를 주장하며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립을 위한 대립,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닌 국민과 중산층의 이익을 우선하는 슬기로운 대화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중산층의 주머니 사정을 이해하는 '따뜻한 세금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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