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신지애가 예쁘다

[광화문]신지애가 예쁘다

방형국 편집위원
2009.09.16 10:24
지난 6월 웨그먼스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꽃다발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신지애.
지난 6월 웨그먼스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꽃다발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신지애.

지난 2002년 5월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컴팩클래식에서 한국선수로는 사상 첫 PGA 대회 우승을 차지할 때다. 당시 필자는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 오후 편안하게 집에서 TV로 최종 라운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계를 보면서 심기가 불편해졌다. 최경주가 샷하는 장면이나 퍼트하고 환호하는 장면은 기다리고,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고, 다른 백인선수들의 플레이만 보였기 때문이었다.

최경주의 모습이 하도 나오지 않아 나중에는 TV화면의 리더보드 1위 자리에 쓰여진 'KJ Choi'가 진짜 한국의 최경주인가, 다른 선수인가 긴가민가하기까지 했다.

미국의 방송이 최경주에게 할애한 것은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한 후, 아내와 아이들을 껴안고 첫 승에 감격해 하는 장면뿐이었다. 이때야 비로소 'KJ Choi'가 진짜 한국의 최경주이구나 했다. 미국의 방송은 한국에서 건너간 선수에게 인색했다.

작년 10월 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중계하던 방송화면에 환히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는 신지애의 모습이 클로즈업된 채 비쳐졌다. 당시에는 함께 라운드하던 호주의 커리 웹이 칩인버디를 성공시키던 상황. 경쟁자의 멋진 플레이를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박수쳐주고,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신지애의 모습이 미국사람들이 보기에도 상당히 예쁘게 보인 모양이다.

신지애의 모습을 TV 상당시간 비쳐준 것은 최경주의 사례에 비하면 대단히 이례적으로 생각됐다.

신지애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어려서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몸고생, 마음고생을 많이 한 흔적을 그의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언어 문제로 한국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미국의 줄리 잉스터조차 신지애의 웃는 얼굴에 반한 모양이다. 신지애와 같은 조에서 한번 플레이를 하고 나서 샷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씨에 반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신지애의 골프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더불어 치는 골프'가 바로 신지애의 골프다.

신지애의 ‘더불어 치는 골프’는 그녀의 안정된 정서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지애는 엄마가 없음에도 잘 못된 길로 나가지 않고, 오히려 어린 두 명의 동생에게는 엄마 노릇을, 아버지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효녀역할을 했다. 그녀가 프로로 전향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집을 사는 일이었다.

용인과 전라남도 광주에 흩어져 어렵게 살고 있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와 동생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였다.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씨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골프선수 자녀에게 '올인'하며 승리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는 여느 '골프대디'와 달랐다. 목사인 그는 종교의 영향으로 정신적으로 강인했는지 신지애에게 승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전혀 주지 않았다.

그가 신지애에게 강조한 것은 골프만 잘 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1승'이 아니라 '사랑과 가족애, 인성'이었다.

신지애가 경쟁자의 멋진 플레이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연장전에서 패하고도 웃고, 승패를 초월한 듯 담담한 플레이를 하면서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것은 '골프 잘 치는 기술과 이기는 요령'만 가르치는 일반의 환경과 멀리 떨어져 사랑과 가족애로 단련된 그녀의 인성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이 신지애에게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어 냉정한 승부의 세계, 특히 '멘탈스포츠'라 하는 골프에서 최강자로 우뚝 서게 한 주축돌이 된 것이다.

그녀의 골프는 단순히 '공을 치는 골프기술과 승리를 향한 정신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과 가족애, 주변을 돌보는 인성, 경쟁자와 함께 하는 '더불어 치는 골프'다. 그녀의 골프는 그래서 강하다. 신지애의 웃는 얼굴이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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