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자 전형은 '보수적인 중고생'

한국투자자 전형은 '보수적인 중고생'

김성욱 기자
2009.10.29 10:02

[머니위크]창간2주년 PB 100인 설문/ 한국인의 투자문화

한국 부자들은 돈맥을 짚는 능력에서 동물적 감각을 지녔으며, 이들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 vs 금융이 5대 5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위크>가 창간 2주년 기획으로 국내 금융권을 대표하는 전문 투자컨설턴트인 PB(Private Banker)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PB들을 통해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일반 투자자들과 부자들의 투자 스타일을 분석해 보았다.

◆어딘가 아쉬운 투자성숙도

먼저 ‘우리나라 투자자의 투자문화 성숙도'를 묻는 질문. 이를 학력으로 따져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46명이 '고등학생 수준(46~70점)'이라고 답했다. 이어 '중학생 수준(21~45점)'이란 답이 37명이었다. 83명이 '중고등학생 수준'이라고 답한 것이다. '초등학생 수준(0~20점)'이란 응답도 2명이 있었다.

투자실수나 실패에 대해 자기 책임을 지는 문화와 투자지식의 양과 질이 아직 청소년 수준으로 좀 더 성숙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대학생 수준(71~90점)'이라는 답은 13명, '전문가 수준(91~100점)'이란 답은 2명에 머물렀다.

◆보수형이 공격형의 3배

다음으로 ‘가장 두드러진 고객 투자성향’을 물었다. 답은 투자리스크를 감당하는 정도에 따라 5단계로 나눴다. 5단계는 ▲안정형(투자원금의 손실을 원치 않음) ▲안정추구형(투자원금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이자소득 수준의 안정적 투자를 목표로 함) ▲위험중립형(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일정 수준의 위험을 감수 ▲적극투자형(투자원금 보존보다는 위험을 감내해도 높은 수준의 투자수익 실현을 추구) ▲공격투자형(시장평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며, 이에 따른 손실 위험을 적극 수용) 등이다.

이에 대해 43명의 PB가 한국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정중앙에 위치한 3단계의 '위험중립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안정추구형 37명, 적극투자형 10명, 안정형 7명, 공격투자형 3명 순이다.

안정형과 안정추구형을 묶어 보수적 투자자라고 한다면 보수형이 44명, 공격투자형과 적극투자형을 묶어 공격적 투자자라고 한다면 공격형은 13명이다. 결국 보수형이 공격형의 3배를 웃도는 셈이다.

금융권별로 살펴보면 은행ㆍ보험과 증권간의 대조가 두드러진다. 은행권에서는 40명의 PB가운데 16명이 '보수형', 2명이 '공격형'이라고 평가해 보수형이 공격형의 8배에 달했다. 보험에서도 보수형 평가가 11명인데 비해 공격형 평가는 1명에 불과했다.

반면 증권쪽에서는 40명의 PB 가운데 보수형 평가가 17명, 공격형 평가가 10명으로 보수형이 많기는 했지만 그 격차는 크지 않았다. 은행이나 보험을 이용하는 고객보다는 증권투자자의 성향이 더 공격적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부자는 돈 냄새를 잘 맡아

'보수적인 중고등학생'. 한국 투자자의 평균적인 모습이 이와 같다고 하자.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번 부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재테크에 성공한 투자자나 부자를 상대하면서 가장 놀랐을 때는 언제?'냐고 물었다.

가장 많은 답은 역시 탁월한 재테크 감각과 관련된 것이었다. ‘귀신같이 돈 냄새를 맡을 때'가 33명으로 최고 응답률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돈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일 때'가 19명으로 뒤를 이었다. 돈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고 감각까지 뛰어나니 돈이 따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다른 답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예언가처럼 경제흐름을 읽을 때'(17명)는 감각, '이런 짠돌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14명)는 욕심과 관련되는 것이다. 그 외에 '듣도 보도 못한 고급정보를 말할 때 놀랐다'는 응답이 11명, '박식한 재테크 지식을 자랑할 때 놀랐다'는 응답이 3명이었다.

◆부동산 vs 금융자산은 49대 51

한국 부자들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이 각각 절반씩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다른 결과다.

부자 고객을 관리하는 PB들은 '자기 고객이 어디에 가장 많이 투자하느냐'는 질문에 49명이 부동산이라고 답했다. 이어 펀드가 32명, 예금이 11명, 주식이 8명이었다. 따라서 부동산과 펀드가 양대 투자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자산의 부동산대 금융 비중은 49대 51로 사실상 대등하다.

한편 금 등 원자재에 투자한다는 응답은 1명도 없었다.

◆시장 체온계, 금리ㆍ주가ㆍ환율

부자들을 손님으로 모시는 PB들이 시장변화를 읽을 수 있는 징후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3개 금융권 PB들은 공히 ‘금리’를 첫째로 꼽았다. 우선순위로 3개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80명이 금리를 지목했다. 주가가 60명으로 2위, 환율이 50명으로 3위였다. 금리ㆍ주가ㆍ환율이 그야말로 시장체온계 역할을 하는 3대 지표인 셈이다.

이어 경제성장률(28명), 소비(19명), 물가(16명), 집값(16명), 고용 및 실업(9명)의 순. 정치상황(2명)과 기업투자(3명)는 응답비율이 매우 낮았다.

이명렬 대한생명 과장은 “자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금융시장의 가격변수들이 등락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또 시장변화가 수급에 바로 반영된다는 점에서 금리, 환율, 주가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이재 하나대투증권 WM본부 PB는 “주가는 시장변화를 읽을 수 있는 선행지수, 금리는 경기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환율은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변수”라고 설명했다.

황병례 외환은행 선수촌WM센터지점 PB팀장은 “금리의 하락은 리스크의 수용을 초래하고 그로 인해 주식시장으로의 이입을 가져오게 된다. 또 국가간 금리차에 기인한 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환율의 변동과 다양한 요인에 의한 환율의 변화 또한 매우 중요한 자료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환율, 금리 외에 경제성장률을 중요하게 꼽은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PB압구정센터 부장은 “경제성장률은 전반적인 그 나라 경제여건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단연 외국인

좀 더 범위를 좁혀서 '현재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PB들에게 물었다.

앞의 질문처럼 우선순위로 3개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외국인이 1위에 올랐다. 외국인을 지목한 응답자는 71명. 환율이 55명으로 그 뒤를 이었는데 이것 역시 환차익ㆍ환차손에 민감한 외국인의 투자동향과 직결되는 변수라 할 수 있다.

오승택 신한은행 스타타워센터 팀장은 “수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외국인이 담당하고 있고, 수출비중이 70%에 이르는 한국경제의 특성상 환율과 원자재가격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박정 삼성증권 PB는 “수급은 결국 외인들 매매에 달려있는데 개별국가나 기업의 전망으로 외인들의 매수세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며 “60~70%는 환차익을 기대하고 투자를 한다고 생각되는 만큼 환율의 움직임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주가의 펀더멘탈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실적을 핵심 변수로 꼽은 PB는 53명으로 3위였다. 이어 금리 39명, 해외증시 38명, 기관투자가 13명, 유가 등 원자재 가격 13명, 정치상황 5명 등이다.

김성인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삼성역지점 PB는 “환율효과를 바탕으로 해서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고 있고, 그 매수는 기업의 예상 실적을 반영한 일부종목에 편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민수 현대증권 청담지점 차장은 “환율과 금리, 주가는 떼어서 볼 수 없는 중요한 상관관계에 있고 기업실적은 투자의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