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 코스닥]
서울에서 IT서비스 관련업을 하고 있는 A사의 주주총회장. 5년간 IR담당자로 일해 온 K씨에게는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합니다. 매년 꼬박꼬박 참석해서 한 말씀씩 하고 가시기 때문이죠.
"올해는 타올만 주는거야?"
"어르신 오셨네요. 어서 선물 받아가세요"
이른바 '주총꾼'이라고 부르는 이 분들. K씨는 이 분들이 몇 주를 보유하고 있는지도 이미 꿰고 있습니다. 주주총회를 준비하면서 매년 주주명부를 확인하기 때문이죠.
비록 회사의 주인인 주주지만, K씨 입장에서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합니다. 이분들만 없어도 조용히 끝날 수 있는 주총이 시끄러워지고, 매년 비용을 들여 선물까지 준비해야하기 때문이죠.
"평균적으로 5-100주 정도 가지고 계시는데요. 1주 가진 분도 있구요. 더 이상 사지도 팔지도 않고 주가에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매년 선물까지 받아가시니, 꽤 짭짤한 투자죠”
실제 기업들은 주주총회장에는 참석 주주들을 위해 타올 등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조업 주주총회의 경우 자사제품 일부를 주주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차비를 제공해 빠른 '귀가(歸家)'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경영성과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예상되거나 매년 시끄러운 '주총꾼'들이 등장할 경우, 일종의 '입막음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이들 ‘주총꾼’들은 이 회사 뿐 아니라 여러 회사의 소액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선물을 잘 주는 기업, 주주총회에서 대접이 좋은 기업, 혹은 문제가 많아 주주들의 원성이 예상되는 기업의 경우, 우선적인 방문타깃이 되겠죠.
그러나 주주들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하나마나한 주주총회도 많이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해 셀트리온에 인수된 한서제약. 지난 7월 셀트리온제약 대표이사로 올라선 서정진셀트리온(199,600원 ▲11,300 +6%)회장의 말을 빌면 이 회사는 창사 이래로 주주총회에 2명의 주주들만 참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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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주주총회의 경우 적어도 매년 300~400명은 왔지만, 여긴 2명의 주주들만 앉아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주주총회는 상장기업 최고의 의결기구이자,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모여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입니다. 정치에 비유하면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이 직접 참석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무대죠. 대표이사 변경, 사업목적 변경처럼 중요한 사안의 경우 반드시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또 회사의 앞날에 대해 주주들 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보통주 1주당 1개씩의 '의결권 대결'을 통해 회사의 앞날을 결정하는 곳도 바로 이 주주총회입니다.
하지만, 한국 증시에서 주주총회는 아직까지 '풀뿌리 주주'들의 참여무대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로 몇몇 이해관계자들만 참석해 요식적으로 치러지거나, 분쟁중인 이해관계자들의 '표 대결'무대로 활용되고 있죠.
실제 2개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이사로 있는 서 회장은셀트리온제약(59,000원 ▲1,900 +3.33%)의 첫 IR행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주총회는 가장 기업 경영이야기를 하기 좋은 자리입니다. 가장 좋은 IR장소죠. 주주분들과 위임을 받은 모든 분들이 오셔서 기탄(忌憚) 없이 회사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