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 전문가들 "위기수준의 침체 없다"
경기가 일정수준 회복한 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더블딥'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거시경제의 큰 틀을 좌우하는 경제수장들과 국정현안을 감시하는 정치인들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더블딥'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상식' 수준의 용어가 되고 있다.
주요 경제연구기관의 거시경제 최고책임자들로부터 이번 '더블딥'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봤다.
◇더블딥 '기준'이 없다=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더블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았다. '더블딥'에 대한 기준 잣대도 딱히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것은 오히려 경제 전반에 혼선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더블딥'은 또 다른 경제위기 국면으로의 전환으로 볼 수도, 아니면 경기 회복과정에서 나타나는 몇 번의 조정과정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다"며 "논의를 하기 전에 우선 '더블딥'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본래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이 3% 밑이면 '침체'라고 본다"며 "우선 기준을 명확하게 한 후 '더블딥'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 논란이 점차 정치적으로 변질돼 가는 것 같다"지적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도 "최근의 '더블딥'에 대한 주장들이 어떤 기준과 근거로 나온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고,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워낙 모호한 개념이기 때문에 일정한 수준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수준의 침체 '없다'=경제 전문가들은 '더블딥'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경제수준의 기준을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수준의 심각한 침체 △경제회복 속도가 느려지면서 경제전반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조정 등으로 이원화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가 성장세 둔화 등의 조정기를 거칠 수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경제가 위기에 빠질 확률은 낮다고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 본부장은 "경기는 회복과정에서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조정국면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자들의 PICK!
LG경제연구원 오 실장은 "성장세가 둔화되는 정도로 '더블딥'을 정의한다면 그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지만, 지난 번처럼 경기저점, 즉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는 상황을 '더블딥'으로 본다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위기가 올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경제는 고비를 넘겼다"고 진단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 실장 역시 "당분간 경기회복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권 실장은 "앞으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보다는 선진국 등 세계 경제"라며 "내년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에 복병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더블딥' 논란 왜 나왔나=전문가들은 최근의 '더블딥' 논란의 출발이 '출구전략'으로 요약되는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 유가상승 등 외부변수 리스크,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힘을 받지 못하고 다시 고개를 숙일 가능성 등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최근의 '더블딥' 우려는 정책변화 가능성에 따른 금리인상 , 그리고 유가상승 등의 리스크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 전반에 걸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유가상승은 경기회복에 따른 현상이므로 전반적인 리스크는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더블딥'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출구전략'"이라며 "경기긴축정책을 쓰면 경제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 출구전략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