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구 스타타워)가 29일 오전 불길에 휩싸였다.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곳인데다 입주업체도 만만치 않아 큰 소동이 벌어졌다. 지하 음식점으로 추정되는 첫 불길은 15분여만에 진압됐지만, 입주업체 직원들은 모두 건물을 빠져나와야 했다. 연기가 건물 전체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가쁜 숨을 내쉬며 비상계단으로 '탈출'하는 무리에는 구글코리아 직원들도 포함돼 있었다. 글로벌 기업 구글의 한국법인이 이 건물 22층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직원들은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발품을 팔아 건물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꼬이네"
구글코리아는 최근 중요한 계약건을 하나 놓쳤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체결했던 검색광고 대행건이었다. 올해로 계약기간이 끝남에 따라 재계약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다음은 구글의 손길을 거부했다. 대신 구글의 경쟁사인 야후의 자회사 오버추어코리아를 택했다. 구글로서는 중요한 파트너를 놓친 셈이다.
구글이 국내 검색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법인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광고 사업이었다. 구글코리아는 현재 배너광고와 콘텐츠 네트워크 광고 등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이 바로 검색광고 대행이었다.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검색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75% 가량이다.
따라서 구글이 다음과 검색광고 대행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것을 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원진 구글코리아 대표 스스로도 "구글이 다음과 재계약을 하지 않아 단기적으로 국내 광고 매출에 우려하는 점을 알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그나마 29일 다음과 체결한 배너 광고 계약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이원진 대표의 표현대로 '단기적으로' 구글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밥벌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한국시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대거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 끌어올리기 나서고 있지만 구글이 짧은 기간에 견고한 수익구조를 갖추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따라서 강남파이낸스센터의 불길이 15분만에 잡힌 것처럼 구글 내부의 '불길'도 금방 사그라들기를 바랄테지만, 그 과정에서 남게 될 자욱한 연기만은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