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의 꿈 그리고 벽, 억대 연봉

샐러리맨의 꿈 그리고 벽, 억대 연봉

김부원 기자
2009.11.12 10:02

[머니위크 커버]1억의 벽/ 연봉 1억

[편집자주] '도전 1억 연봉', '우리아이 종자돈 만들기', '1억의 벽'…. 주변에서 '억' '억' 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 됐다. 하지만 1억 연봉, 1억 주택, 1억 종자돈, 1억 매출. 평범한 서민들에게 1억원은 그야말로 '벽'으로 다가올 때가 더 많다. 어떤 이에게는 꿈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벽으로 느껴질지 모르는 '1억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직장 또는 가게, 혹은 재테크 등에서 1억원의 벽에 도전한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그 꿈으로 다가가기 위한 성공 로드맵을 살펴본다.

"연봉 1억원이요? 성공한 샐러리맨의 척도 아닐까요?"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는 최모씨(남 32세)는 억대 연봉에 대한 느낌을 이같이 표현했다. 5년 전 신입사원 시절 3000만원 안팎의 연봉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최씨.

혹독한 대졸 취업난 속에서 그 역시 한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지만 숱한 도전 끝에 건실한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다. 연봉 수준도 준수하다고 느꼈다.

입사 후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근무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연봉 3000만~4000만원의 대가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월급쟁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이것이 샐러리맨의 삶이구나'란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머릿속에 떠올랐다.

과연 그가 말한 성공한 샐러리맨인 억대연봉자가 되기 위해선 이런 생활을 앞으로 몇년간 더 버텨내야 할 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의 '서바이벌 게임'

요즘 같은 취업난에 최씨의 생각은 행복한 고민일지 모른다. 대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연봉을 받으며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중소기업 샐러리맨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최씨를 비롯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에게도 연봉 1억원은 꿈의 숫자로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최씨가 근무하는 건설사의 경우 최소한 팀장 이상 임원급은 돼야 연봉 1억원을 받을 수 있다. 그 정도 직급에 오르기 위해선 근무 연수 약 20년, 남자 기준 나이로는 적어도 45세쯤은 돼야 한다.

최씨가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벌일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뾰족한 대안이 없는 한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닐 계획이다. 앞으로 15년만 더 참고 일하면 연봉 1억원의 꿈을 이룰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과연 그때까지 최씨가 이 회사에 머물면서 임원급까지 승진할 수 있느냐다.

최씨는 "솔직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직장생활의 냉정함을 겪어 보니 대기업 샐러리맨들이 당연히 억대연봉을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회사 동기들과 선후배들 중 극히 일부만이 억대연봉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서바이벌 게임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만이 억대연봉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이란 하소연이다.

내로라하는 외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이모(남 35세)씨 역시 최씨와 비슷한 심경이다. 사회생활 경험이 늘어날수록 연봉 1억원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최소한 부장 이상은 돼야 연봉 1억원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피라미드식으로 된 회사 조직에서 선택받은 몇명만이 고위직에 올라 억대연봉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장들 절반 이상은 외국 유명 대학 출신이거나 국내 일류대 출신이다. 결국 내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자기계발을 꾸준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퇴근 후나 쉬는 날에도 도서관에서 업무와 관련해 공부하고 있다"고 고충을 전했다.

◆'신의 직장'에서도 높은 벽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에서도 연봉 1억원의 벽은 높다. '신의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일반 봉급생활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넉넉하게 월급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짧은 기간 안에 떼돈을 버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연봉 1억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주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모 국책은행의 부부장급인 김모(남 42세)씨는 "일반 공기업보다 금융 공기업의 연봉이 높지만 시중은행에 비하면 낮다"며 "최소 45세, 보통 50세가 돼야 연봉 1억원의 맛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국책은행 직원들의 연봉이 전체적으로 5%씩 삭감되고, 초봉은 20% 삭감된다"며 "앞으로 신입사원들의 연봉은 세전 2900만원, 세후 2400만~2500만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우량 공기업에 재직 중인 안모(남 32세)씨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군대를 면제 받아 이미 근무 8년차에 접어든 그의 현재 연봉은 세전으로 4500만원가량.

안씨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은 사회생활의 안정성이 높고,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데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급여를 준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억대연봉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벽을 뛰어넘고 싶다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이나 '신의 직장'을 다니는 샐러리맨들에게도 연봉 1억원은 말 그대로 '벽'이다. 그 벽을 넘기 위해선 15~20년이란 시간 동안 직장에 몸담아야 한다. 또 벽을 넘었다 하더라도 1억원 연봉의 달콤함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취업포털 스카우트의 조귀열 팀장은 "직장생활의 목표가 조금이라도 빨리 연봉 1억원을 달성하는 것이라면 일반 샐러리맨으로는 힘들다"며 "직종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국내 30대 기업 또는 유명 외국계 기업에서도 40대 중반 이후 부장급으로 승진해야만 연봉 1억원을 달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남들보다 빨리 연봉 1억원의 벽을 넘기 위해선 세일즈맨의 길을 가는 게 대안일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투잡 내지 쓰리잡에 도전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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