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종편과 미디어렙 해법 찾기

[시론]종편과 미디어렙 해법 찾기

정윤식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9.11.13 12:0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디어법 논쟁이 '마무리되고' 결국 종합편성(이하 종편) 사업자 허가 문제로 모든 관심이 집중된 듯하다. 종편 문제는 컨소시엄 구성과 허가절차 등으로 다소 숨고르기 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은 듯하지만, 헌재의 판결로 연말까지 당장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하는 미디어 렙 문제는 그 후폭풍이 종편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종편의 핵심 쟁점은 '적정한 사업자 수', ' 투명한 허가절차', '채산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 찾기 등 세 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를 조화할 수 있는 해법이 사실 만만치 않고 여기에 방통위의 수심이 점점 깊어갈 것이다.

종편이 지상파의 영향력 속에서 서바이벌 할 수 있을까. 수천억 돈만 한꺼번에 날리고 오히려 역풍으로 신문사 운영에 발목을 잡는 건 아닐까. 사업자수가 많으면 채산성이 없고 한개 사업자만 허가하면 허가를 못 받은 사업자들은 깨끗이 승복 하겠는가. 신문사가 1대 주주가 되는 컨소시엄에 경영권 보장도 없이 대기업이 참여할 것인가. 위성방송, IPTV, DMB 사업에서 보듯이 사회 각층의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 모델은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일수록 그 해법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수신료 인상과 간접광고, 가상광고, 광고시간 확대 등으로 방송 생태계에 돈 가뭄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방송시장 파이가 커져야 지상파도 종편도 케이블 TV사업도 숨 쉴 여지가 있다.

둘째, 영국 공영방송 BBC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미국자본 Crown Castle과 합작하듯이 적과의 동침이 필요하다. 유력 신문사들과 대자본이 합작하여 연합 컨소시엄을 결성해야 한다. 승자 독식의 게임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지 않는다. '동업은 필패'라는 말도 있지만 1대 주주 지분이 30%인 체제에서 대등한 동업의 룰이 없다면 어느 대기업이 참여하겠는가. 신문사, 대기업 빅 5 정도가 한개 사업체를 구성하는 빅딜과 합종연횡은 불가능한 것인가.

셋째, 케이블 TV의 홈쇼핑이나 SBS의 모래시계, 일본 NHK 위성방송의 장시간 스포츠 중계와 같은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매체 소비시간이 부족한 중장년층보다는 10대, 청소년, 노인, 주부층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획기적인 킬러 콘텐츠가 나와야 한다. 지상파와 똑같은 콘텐츠로는 연예인들의 몸값만 천정부지로 올려줄 것이다.

미디어렙 문제는 헌재 판결에서 요청한 '실질적 경쟁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상파방송사의 실질적 자회사 방식인 1공영 다민영 체제보다는 1공영 1민영 체제가 바람직 할 것이다. 공영 미디어 렙은 공영방송사, 민영 미디어 렙은 민영방송 식의 사업영역 구분은 '자기 논에 자기 물 대기 방식'이며 무늬만 경쟁체제다.

미디어렙 간에는 사업영역을 철폐해야 한다. 지상파방송사가 민영미디어렙의 대주주가 된다면 당초 미디어렙의 설립 취지인 광고와 콘텐츠의 분리가 실현될 수 없다. 방송법상 대기업 기준인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의 참여 또한 미디어 렙 설립 취지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지상파방송사와 대기업의 민영 미디어 렙 참여는 제한적이어야 한다.

민영 미디어 렙 제도에서 비롯된 실질적 경쟁체제의 구축은 이른바 취약매체인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타를 가져올 것이다. 취약매체가 구조개편과정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방송발전자금 지원, 광고지원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방송은 근본적으로 광역화와 인수합병에서 그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구조개편을 단행하는 지역방송에게는 광고 시간 확대, 방송발전자금의 대폭 지원과 함께 신규 방송사업 진출의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룰, 적과의 동침과 연대, 관용과 배려가 종편과 미디어렙의 해법이다. 승자독식과 경쟁의 비정함이야말로 공멸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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