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일선 창구 변화 움직임

'투자자 보호'...일선 창구 변화 움직임

김지산 기자
2010.02.08 07:03

[자본시장법 시행 1년 2-①]투자 안전 장치의 명암

지난 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본시장의 새로운 10년:도약과 준비' 세미나 현장. 발제에 나선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이 "자본시장통합법 이후 가시적 변화가 이뤄진 것은 투자자보호 강화 뿐"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보호 외에 투자은행(IB) 육성, 금융혁신 촉진 등은 발전이 없었거나 미미했다는 지적이기도 하지만 투자자보호만큼은 어느 정도 진전을 봤다는 중의적 표현이다.

다양한 상품, 선진금융 시스템으로 발전을 표방하며 탄생한 자본시장통합법은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투자자보호 규칙을 강화했다. 시장의 한 축인 투자자가 성공해야 시장 전체가 성장한다는 취지에서다.

◇ 성장의 첫 단추 '투자자 우선'

자본시장법은 △IB 육성 △금융혁신 촉진 △투자자보호 강화 등 세 가지 주요 정책목표를 내걸었다. 금융위기, 자본시장업무간 겸영 허용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의 이해득실과 사정으로 인해 IB와 금융혁신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투자자보호만큼은 제도적 장치가 비교적 세세히 마련됐다. 자통법이 담고 있는 투자자보호 장치의 핵심은 △적합성 원칙 △설명 의무 △부당 권유 금지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등이다.

'적합성 원칙'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도마에 오른 불완전 펀드 판매와 같은 부작용을 근절할 장치로 통한다. 규정이 생기면서 금융회사들은 투자자가 일반 투자자인지 전문 투자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실제로 투자목적과 재산상황, 투자경험상 일반 투자자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상품은 권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선 창구에서 형성돼 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적합성의 원칙과 함께 '설명 의무' 원칙도 자본시장 법 이후 금융회사 창구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길게는 40분가량 창구 직원의 고객에 대한 질문과 상품 설명을 거쳐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상세한 설명을 듣고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적으로 변한 모습이다.

'부당 권유'와 '불건전 영업행위'는 허위 내용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투자자들에게 미끼를 던지는 행위들을 일컫는 것으로 과거 산재돼 있던 규정을 더욱 강조했다.

◇증권업계 '투자자 이익 확대' 움직임 가시화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펀드판매사 이동제도 자본시장법의 투자자보호 원칙이 만들어낸 장치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넣어둔 펀드를 별도 수수료 없이 옮길 수 있는 제도다. 투자자들은 필요할 때 자신에게 적합한 금융회사에 펀드를 이전할 수 있다. 투자자는 자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사들간 경쟁이 일어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시행된지 1주일만에 237억원어치의 자금이 보다 나은 조건을 찾아 판매사를 옮겼다.

우리투자증권이 일부 펀드 판매 수수료를 기존 1.5%에서 1%로 내리고 이트레이드증권은 1%를 받던 일부 수수료를 0.8%만 받기로 했다. 키움증권은 6개 펀드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하는 등 투자자 이익에 부합하는 움직임들이 증권가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제도 보완 머리 맞댈 때

속성상 투자자보호는 자본 시장 확대와 배치될 수밖에 없다.

보호란 금융 감독 당국의 규제를 동반하고 규제는 성장의 지름길보다는 장애 요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효율성을 따져 보완하거나 개정해야 할 제도들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자통법상 적합성 원칙에 따르면 금융사는 고객의 자산이나 투자경력 등 정보를 파악해 문서화한다. 그 다음 설명의무에 따라 상품을 장시간에 걸쳐 설명해야 한다.

국내 최다 펀드 판매 금융사의 하나인 A은행의 펀드 판매 총책 임원은 "적합성원칙의 취지는 찬성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투자설명서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고객이 짜증을 내며 나가버리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60페이지 분량의 투자설명서도 핵심 요약서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3~4년전에는 펀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적금과 주가연계펀드(ELF)를 헷갈려 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제는 펀드도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며 "투자설명서는 고객과 은행 모두에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운용사 자산 보호에 치중한 나머지 투자자 보호 이념에서 벗어난 것들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자통법 이후 탄생한 혼합형 펀드가 한 사례다. 혼합펀드는 특정 자산에 구애 받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획기적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일정기간 환매가 금지된 폐쇄형이다. 운영사의 안정적 자산운용 보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B증권사의 상품기획부 관계자는 "환매가 금지된 펀드를 누가 가입하려 하겠나. 환매를 하려면 개인간 양수도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개인의 현실을 무시한 것으로 환매금지 장치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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