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PAC 분석]②기존 법률과 충돌에 따른 한계
더벨|이 기사는 02월18일(10:53)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도입한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SPAC) 제도의 성공 가능성은 제도상의 미비점과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여전히 물음표에 머물고 있다.
국내 SPAC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 등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100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업자(증권사)의 발기인 참여가 의무사항이고 이들이 모집 자금의 5% 이상을 투자하도록 했다. 일반 투자자와 설립 운용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켰다.
개인 투자자 자금을 모아 상장이나 M&A를 하는 만큼 원금 예치율(90%)도 높다. 공모된 자금의 대부분을 합병 이전까지 증권금융 또는 신탁업자에게 예치(신탁)하고 위험이 낮은 국공채 등에만 투자하도록 했다. 합병 실패 시 투자자에게 원금 수준의 자금을 환원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 외에 SPAC 설립을 주도하는 실무선에서 느끼는 규제 관련 걸림돌은 적잖다.
우선 현재 SPAC에 관련한 당국의 규정은 '법'보다는 한 단계 낮은 '시행령'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의해 근거가 마련되면서 특별법 같은 초법적 지위를 갖지 못한 채 기존 상법을 따라야 하는 한계를 가졌다.
이러다 보니 SPAC 시행령은 기존 상법과 충돌하는 모습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이 '5% 룰(rule)'을 둘러싼 금융산업의구조개선에관한법률(이하 금산법)과의 충돌이다. 스팩 규정상 발기 증권사는 공모 금액의 5% 이상을 출자해야 하지만 금산법은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가 비금융사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생기는 문제다.
SPAC 설립을 주도하는 증권사는 그래서 투자액의 대부분을 전환사채(CB)로 투자해야만 한다. 대우증권은 1호 SPAC인 그린코리아SPAC을 출범하면서 자본금은 4000만원 가량 밖에 투자하지 않았지만 대신 CB를 48억원 이상 인수했다.
이런 모습은 SPAC의 주요 스폰서라 할 수 있는 증권사를 주주 보다는 채권자에 가깝게 만든다. 공모 참여 주주들과 이해상충 가능성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SPAC을 주도하는 증권사들은 CB 발행 과정에서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포함시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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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행령은 세법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다. 국내 SPAC의 합병 기한은 '공모 납입일로부터 3년 이내'이지만 사실상 첫 1년 동안은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 국내 세법상 SPAC이 합병 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연(세금 납부 연기) 혜택을 받기 위해선 1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며 존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SPAC이 공모에 성공하고 곧바로 시너지가 있는 타깃 기업을 확보했더라도 과세이연을 얻으려면 1년간 세월을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그 사이에 합병을 할 경우 합병차익에 대한 법인세를 고스란히 정부에 내야 한다. 투자자들이 가져가야 할 업사이드 이익을 세금에 뺏길 수 있는 문제다.
세금으로 인한 자본감소(감자) 문제도 있다. SPAC이 일반 기업과 합병하는 경우 일반 기업의 기존 주주는 합병 차익에 대한 의제배당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 소득은 SPAC의 자본금 규모와 합병 비율로 결정된다. 때문에 SPAC은 일반 기업 주주의 소득세 피해를 막기 위해 감자를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
동양종금증권은 자사 1호 SPAC인 동양밸류오션1호SPAC을 공모하면서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20배인 주당 1만원에 할증 공모할 계획이다. 자산도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20배의 프리미엄을 받는 이유는 자본금 규모를 줄여 절세를 하겠다는 복안 때문이다.
이 외에도 공모가 수요예측 등 SPAC의 상장 과정에 대한 지침이 확실히 마련돼 있지 않아 증권사들이 공모과정에서 느끼는 혼란도 크다. 대우증권은 그린코리아SPAC에 대한 수요예측을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를 주요 기관 투자가가 어떻게 진행할 지가 관심이다.
한 기관 투자가는 "대우증권이 첫 SPAC이라 그런지 공모가 밴드(2500~3500원)를 제시했지만 기업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며 "설립주주나 임원진 명성만을 고려해 사실상 3500원에 맞춰두고 형식을 진행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금투자 단계에서 미국 등이 방식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시행령은 합병 방식만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에서는 상황에 따라 투자자에게 유리한 영업양수도나 주식의 포괄적 교환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국내 규제는 독점규제법과 기타 금융규제법상의 제한을 이유로 방식이 제한됐다.
시장이 작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은데 투자 방식마저 제한돼 있다 보니 합병실패 가능성도 그만큼 높은 것이다.
SPAC 관련 규제에 이런 허점이 많다보니 증권업계 이 외에 제도와 관련된 법률 전문가 집단인 로펌(Law firm)이나 회계법인의 관심도 늘고 있다. 로펌의 경우 SPAC 설립이나 상장, M&A 과정에서 자문을 할 수도 있지만 회사 운용이나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부정적 이벤트에 좀 더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 로펌의 대표급 변호사는 "SPAC 운영 자문보다는 합병 실패 시 개인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등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수익이 클 것"이라며 "SPAC이 기본적으로 개인자금을 모아 M&A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SPAC 경영진, 합병 대상 대주주 등과 SPAC 투자자 사이의 충돌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