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특구, 메가 쇼핑몰

흥행 특구, 메가 쇼핑몰

지영호 기자
2010.03.09 10:36

[머니위크 커버]메가 쇼핑몰 전성시대

두문불출(杜門不出), 금시초문(今時初聞), 금상첨화(錦上添花), 남녀노소(男女老少), 상전벽해(桑田碧海).

한 쇼핑몰에서 지난해 대형 쇼핑몰이 가져온 쇼핑 트랜드를 정리한 말이다. ‘두문불출’은 일단 쇼핑몰에 들어서면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패션, 문화, 외식, 엔터테인먼트까지 방문객의 니즈를 충족한 메가 쇼핑몰에 어울리는 말이다.

그래서 등장한 단어가 몰링(malling)이다. 몰링은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도 즐기는 소비 행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몰링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6년 용산 아이파크몰이 개장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이때도 대부분의 소비자에게는 ‘금시초문’인 단어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부산의 센텀시티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메가 트랜드가 인기를 누리면서 친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몰링은 방문객에게 노골적으로 쇼핑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쇼핑공간에 오래도록 머물기만을 바랄 뿐이다. 무료 공연이나 고객 이벤트를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쇼핑도 하고 식사도 하면서 공짜로 공연까지 즐기니 몰링족에게는 ‘금상첨화’다.

지금까지 동대문 상권으로 대표되는 메가 쇼핑몰의 이미지는 젊은이의 해방구였다. 빽빽한 매장에서 치맛자락만 두르고 바지를 갈아입는 10~20대의 모습이나, 비상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교복을 입은 채 담배를 피는 학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반면 메가 쇼핑몰은 그런 환경과 거리가 멀다. 데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나 손을 붙잡고 쇼핑몰을 유유자적하는 노부부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메가 쇼핑몰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메가 쇼핑몰의 등장은 지역의 경관 변화와 함께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 ‘상전벽해’다. 대표적인 곳이 용산과 영등포, 왕십리다. 이들 지역에 아이파크몰과 타임스퀘어, 비트플렉스가 등장하면서 낙후된 구도심을 새로운 쇼핑 중심지로 변모시켰다.

해운대의 센텀시티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백화점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앞세워 지역 외 상권까지 넘보고 있다. 실제로 일본을 비롯, 기타 지역의 매출 비중이 주중 32%, 주말 49%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메가 쇼핑몰의 등장으로 대한민국 쇼핑 지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 효시는 롯데, 원조는 코엑스몰

국내 메가 쇼핑몰의 시초는 어디일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하지 않는다. 1979년에 등장한 롯데 소공동 본점을 메가 쇼핑몰의 원조라고 하기도 하고, 1988년 잠실에 자리한 롯데월드를 처음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메가’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쑥스럽지 않은 곳은 유통명가 ‘롯데’가 만들었다.

롯데 다음으로는 코엑스몰을 빼놓을 수 없다. 코엑스몰은 규모나 흥행 면에서 지금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몰링 개념을 보다 본격적으로 도입한 곳은 용산 민자역사인 스페이스9를 리뉴얼한 아이파크몰이다. 이후 왕십리 민자역사 비트플렉스, 건대입구역 스타시티, 신림역 포도몰 등이 메가 쇼핑몰로 계보를 이어오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와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복합몰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몰링시대를 열었다.

◆'빅4' 하루에 수십만명 오간다

메가 쇼핑몰은 구성 형태가 워낙 다양해 우열을 따지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코엑스몰, 아이파크몰, 타임스퀘어, 센텀시티가 '빅4'라는 데는 별로 이견이 없다.

이중 코엑스몰이 밝힌 유동인구는 주중 약 10만명, 주말 약 15만~20만명. 여기에 호텔, 공항터미널, 백화점, 전시장 등 주변시설 방문고객을 합치면 하루평균 15만명 이상이다. 연매출 규모는 6000억원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선전하고 있는 타임스퀘어는 공식 발표는 아직 없지만 신년, 설, 신학기 특수 등을 감안할 때 올해 하루 평균 매출이 30억원 정도일 것으로 예측된다. 평균 방문객 수는 평일 15만명, 주말 30만명이다. 개점 6개월 기점인 3월16일 기준으로 신세계 백화점 등을 포함한 누적 매출은 5000억원, 누적 방문객 수는 3500만명 달성이 예상된다.

신세계의 센텀시티는 지난해 3월 개점한 이후 1년간 1600만명이 다녀갔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5000억원을 넘겼다. 2013년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몰도 하루 평균 방문고객 평일 26만명, 주말 54만명으로 발표하고 있다. 작년 매출액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메가 쇼핑몰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모집객과 매출액을 추산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기준때문에 객관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 메가 쇼핑몰의 빛과 그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메가 쇼핑몰이 빛이라면 그림자도 있다.

SH공사가 청계천 주변 상인들을 이주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1조3000억원을 들여 조성한 가든파이브는 3번이나 개점을 미룰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오픈을 1년여 미뤘지만 3월2일 기준 분양률은 50%대에 그치고 있다. 계약률은 더 비참하다. 분양 대비 약 48%다. 엄청난 공실로 사실상 3월 오픈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든파이브 대신 ‘유령파이브’로 불리기도 한다.

쇼핑과 패션 메카로서 선풍을 일으켰던 동대문식 쇼핑몰 역시 지는 해다. 메가 쇼핑몰을 표방한 전국의 대규모 쇼핑몰이 임대에 어려움을 겪거나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개점휴업인 곳이 상당수다.

한때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만 있으면 '분수효과'와 '샤워효과'를 맛봤던 수직구조의 대형 쇼핑몰이 복합 영화관의 보편화로 집객 기여도가 떨어지는 것도 어두운 일면이다. 강남역 황금상권에 위치한 시너스 강남은 최근 경매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반면 성공적인 메가 쇼핑몰은 창의적이고 신선한 몰링 디자인을 선보이며 집객력을 높이고 있다.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키테넌트(핵심 임차인)를 확보하는 한편 원할한 동선 확보와 뛰어난 개방감을 무기로 몰링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

개장 전 입점 성적도 쇼핑몰의 성패를 판가름한 중요한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임차인은 어떤 기업이나 브랜드가 참여하는지를 보고 참여를 결정한다”면서 “굵직한 파트너사와 초기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메가 쇼핑몰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운영적인 측면도 중요한 변수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상가운영 주체의 노하우는 쇼핑몰의 성공에 절대적인 요소”라면서 “공실이 생기면 빨리 채워서 비어 있는 쇼핑몰이라는 인식이 없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임 운영과 이벤트 등을 도맡아 관리하는 대기업이 메가 쇼핑몰로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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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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