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일상화…피해는 '개미'몫

횡령·배임 일상화…피해는 '개미'몫

김동하 기자
2010.03.16 08:30

횡령·배임 얼룩진 한국 증시<下>-퇴출로 '시장정화'…투자자 보호 더 신중해야

한국 증시에서 횡령 및 배임이 확산되고 있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각종 테마로 주가가 급등한뒤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빈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횡령배임 공시는 45건에 달한다.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던 기업들에서 잇따라 횡령배임 사건이 터지고 있다. 머나 먼 중앙아프리카 자원개발에 나선 뒤 상장폐지된 코디콤은 자기자본의 97%인 378억원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죽음의 계곡'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국내 기업들이 망가졌고, 횡령배임소식이 이어졌다. 지난해 4월 뒤늦게 카자흐스탄에 뛰어들었던 글로포스트는 가장납입, 횡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뒤 상장폐지됐다.

코스피시장에서도 페루 자원개발에 나섰던케드콤이 185억에 달하는 대규모의 횡령 혐의를 받았다. 케드콤은 하이브리드카 부품 등 신사업을 발표했지만 감자 후 주가가 연일 추락하며 시가총액은 77억원으로 떨어졌다.

'국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불릴 만큼 지명도가 높은한글과컴퓨터(20,350원 ▲720 +3.67%)마저 횡령 배임 사건과 결부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현 대표이사인 김영익씨외 4인이 지난해 7월 인수 직후부터 한글과컴퓨터의 현금성 자산을 셀론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기 때문. 공시에 따르면 횡령배임 혐의 금액은 자그마치 384억7555만원이다.

상장기업의 횡령배임은 불특정다수의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코스닥시장본부는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실질심사'를 적용, 문제가 드러날 경우 증시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횡령배임 기업을 증시에서 퇴출시키는 정화작업이 장기적으로 한국증시의 체질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퇴출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에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물론 실제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한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의 예처럼 한번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면 그 때부터 해당회사 뿐 아니라 계열사의 주가는 폭락하고 신용은 마비된다. 물론 무혐의로 드러날 경우 주가는 회복될 수 있겠지만 단기간 원상복귀는 사실상 불가능이다.

지난해 퇴출된 에프아이투어와 모회사 트라이콤의 사례를 보면, 투자자들의 억울한 피해가 그대로 드러난다. '횡령·배임'으로 회사 돈을 빼돌린 기업을 '퇴출'로 엄벌하는 건, 전쟁 중에 적군이 이미 휩쓸고 간 마을을 봉쇄하는 것과 마찬가지. 가장 큰 피해는 남아있는 마을 주민들이 입을 수밖에 없다.

잘 나가던 여행사 여행박사가 우회상장한 에프아이투어는 모회사 트라이콤이 자금을 빼돌리면서 자본전액잠식으로 상장폐지됐다. 모회사 트라이콤은 30억원이 넘는 단기대여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쌓고, 50억원에 육박하는 선급금과 미수금으로 에프아이투어의 자금을 빼돌린 뒤 사업보고서 미제출로 상장폐지됐다.

'우량 종목'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두 눈 멀쩡히 뜬 채 재산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전 경영진이 회사 돈을 모두 빼돌리고 새 경영진이 고발한 뒤 다시 회사를 매각하는 일들이 계속됩니다. 만약 신규 경영진과 전 경영진이 한패였다면, 그리고 거래소는 이 회사를 자동으로 상폐시켜버리면 피해는 누가 보게 될까요?" 한 코스닥 상장사 사장의 말이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사전 주가급등 기업, 사행성 사업목적 추가 기업 등에 대한 사전 특별 점검 및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점검, 법적인 처벌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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