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行 대타'에 20억 줘도 100억 남는 '작전'

'감옥行 대타'에 20억 줘도 100억 남는 '작전'

김동하 기자
2010.03.15 09:05

횡령·배임 얼룩진 한국 증시<上>-'바지 대표'로 면죄부, '철창 대행업'등장

한국증시가 횡령·배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21건의 횡령·배임 공시가 있었다. 이틀이 멀다하고 횡령·배임사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상장폐지된 비전하이테크·코디콤·코어비트와 같은 속칭 '잡주'뿐 아니라 한국정보기술(IT)역사의 주역인한글과컴퓨터(20,350원 ▲720 +3.67%)까지 횡령·배임으로 얼룩질 지경이 됐다.

국민드라마 '주몽'과 '파스타'의 제작사올리브나인, 천진난만한 아기들의 옷과 장난감을 만드는아가방컴퍼니(4,805원 ▼60 -1.23%)에 이르기까지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도청호전자통신,옵티머스는 코스닥 뺨치는 '복마전(伏魔殿)'

모습을 보여주며 횡령배임 소송이 진행중이고,로엔케이(228원 ▼59 -20.56%)휴니드(8,600원 ▲90 +1.06%)테크놀러지 등 크고 작은 기업들이 횡령배임에 휘말렸다.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의 돈을 마치 자기 돈처럼 빼돌리려 착복하거나 엉뚱한데다 쓰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길수 있는 것은 한국증시 시스템 전체의 문제이다.

일부 악덕 코스닥 '꾼'들 사이에서는 자금 횡령과 도피가 일종의 '사업'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탕하고 해외로 도주한 뒤 조세피난처나 태평양 외딴 지역에 가서 여생을 보낸다는 것이다.

증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2006~2008년 '자원 개발'과 같은 테마가 증시를 휩쓸고 간 이후 심지어 '철창 대행업'과 같은 황당한 업(業)까지 등장했다. 다음과 같은 구조이다.

#코스닥 자원개발 A사를 인수한 경영진은 경제적으로 궁핍한 L씨와 계약을 맺는다. 현금 20억원을 줄 테니 1~2년만 철창 신세를 져달라는 것이다. 경영진은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형량도 최대한 깎겠다고 약속하며 계약금으로 수억 원의 현금을 건넨다. L씨는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돈을 주고, 기꺼이 작전에 동참한다.

A사 신규 경영진은 L씨를 각자대표, 혹은 경영지배인으로 선임한다. 이들은 해외 자원개발 등의 명목을 내걸고 유상증자 등을 실시, 회사로 들어온 돈 150억원을 해외로 보낸 뒤 사기를 당했다고 공시한다.

각자대표는 법인인감도 '각자'갖고 있기 때문에 단독으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후 L씨는 해외로 도주하고, 남은 경영진과 회사는 L씨를 횡령·배임으로 고발한다. L씨는 잡히면 철창행이고, 안잡히면 그만이다. 남은 경영진과 회사는 L씨를 횡령·배임으로 고발함으로써 '면죄부'를 받는다.

150억원을 손에 쥔 경영진은 20억원을 L씨에게 주고, 대형법무법인에 수십억원을 쓰더라도 100억원 상당의 자금이 손에 남는다

한국 코스닥 기업에 몸을 담았다가 해외로 도주하는 외국인 대표이사들의 경우도 이런 황당한 횡령·배임 의혹의 대상이다.

2006년 희대의 작전주로 꼽힌 헬리아텍이 대표적인 사례. 향후 20년간 파퓨아뉴기니 가스전에서 95억달러를 벌겠다던 자원개발의 시초 헬리아텍 대표였던 최 모씨 등 경영진들은 100억원대 배임 및 횡령 혐의로 피소됐고, 이후 대표이사로 경영정상화를 내세우던 캐리유진휴즈라는 이름의 외국인 대표는 2008년 검찰조사 중 본국으로 달아났다.

주주들의 피해는 모두 '횡령·배임'이란 단어에 묻혀버리고, 시비와 공과를 가려줄 '공'은 모두 검찰로 넘어간다. 한국은 많은 나라들과 '범죄인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만, 검찰이 작은 코스닥 기업 횡령을 해외까지 끈질기게 파헤쳐 처벌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지금 이순간, 지구 어느 곳에서 누군가는 주주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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