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면]기능성 위장장애 ..천천히 소식하고 걷기 운동으로 해결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위장병 환자가 많다. 2008년 기준 남성은 200만명, 여성은 300만명이 위염으로 진단받았을 정도다. 암 발병률 1위도 위암일 정도다. 이처럼 진단받아 치료받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검사결과 아무 이상소견이 없는데 속이 불편한 사람들도 많다.
'속이 쓰리고 아프다', '신트림이 나고 메슥거리며 소화가 안 된다', '헛배가 부르다', '잘 체하고 명치부분이 더부룩하다', '설사가 잦고 아랫배가 항상 불편하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만, 위장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증상을 '기능성 위장장애'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이라고 한다. 흔히 '신경성 위염'이라고 부르는 질환이다.
고동희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내시경 검사로 위나 장을 살펴봐도 드러나는 특별한 이상소견은 없지만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기능이 좋지 않아 붙여진 병명"이라며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으며 식생활이 불규칙해지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대병으로 성인 4명중 1명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위는 깨끗하지만 증상은 다양해 궤양이 없는데도 위ㆍ십이지장 궤양환자처럼 속쓰림과 복통이 생기는 '궤양형', 속이 더부룩하고 항상 배가 부른 듯이 느껴지는 '위 운동장애형', 트림이나 구역질이 많이 생기고 가슴부분이 쓰린 '위ㆍ식도역류형', 특별한 통증이나 쓰림은 없지만 어딘가 속이 불편한 '비특이형', 주로 아랫배가 불편하고 설사나 방귀가 잦은 '과민성 대장증' 등이 대표적이다.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같은 증상이 계속되면 실제로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 위암, 대장암 등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지 검사(내시경 검사나 조영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소견이 나타나지 않으면, 대부분 '기능성 위장장애'로 분류된다.
기능성 위장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위장의 점막(속 피부)이 위산이나 음식물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들어온 음식물을 내려 보내는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선천적으로 위장기능이 약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규칙한 식생활, 잘못된 음식습관, 운동부족, 음주와 흡연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신적 스트레스 역시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뱃속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해 기능성 위장장애의 발생률이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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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위장기능을 좋게 하려면 맵고 짠 것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몇 배 중요한 것은 '천천히 소식(小食)하기'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위나 장이 소화불량이나 위염 증상을 일으키는 것은 들어온 음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거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잘 씹어 먹어서 위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기능성 위장장애 증상을 가진 이들의 대부분이 음식을 너무 급하게,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경우가 많다. 고 교수는 "한 번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잘게 부서지고 침과 충분히 섞일 때까지 씹어야 한다"며 "최소한 20번 이상은 씹어야 음식이 골고루 부서진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급하게 삼키다보면 과식하기 십상이다. 머리 속에서 배가 부르다고 느끼는 포만감 중추가 작용을 하려면 5~10분이 지나야 되므로 급하게 잔뜩 음식을 집어넣으면 뒤늦게 배가 불러 힘겨워하게 되는 것이다. 과하게 팽만해진 위가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부담을 느끼면, 움직이는 힘이 약해지고 통증도 발생한다.
식사시간이 불규칙한 것도 원인이다. 위나 장이 때맞춰 소화작용을 하는 버릇이 없어져 항상 더부룩하고 속쓰림이 심해지게 된다. 그밖에도 소화기능을 떨어뜨리고 위산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는 스트레스 유발 상황을 피하고, 가능한 한 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고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라며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 가급적 하루 1시간 이상을 걷기 운동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성 위장장애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기에 앞서 우선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먹어서 일시적으로 호전된다 하더라도 음식습관이나 생활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다시 같은 증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속쓰림 증상이 있는 경우 과음이나 맵고 짠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구역질이 자주 생기고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증상이 있으면 커피나 콜라, 홍차 같은 카페인 음료와 튀김이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너무 가미가 많이 된 인스턴트 음식, 흡연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렌지주스나 사과주스, 포도주스 같이 신맛이 나는 음료도 속을 불편하게 하는 만큼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과민성 대장증상과 같이 주로 아랫배가 불편한 경우, 술과 찬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잡곡밥이나 우거짓국, 과일, 야채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대장의 기능을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일시적으로 가스가 많이 생기는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지만 계속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고 교수는 "우유를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해 유제품을 먹으면 설사를 하거나 속이 불편한 사람은 따뜻하게 하거나 입안에 한참 머금고 있다가 마시면 된다"며 "지속적으로 복용하기만 해도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과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질 때는 약물치료를 함께 하기도 한다.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은 주로 제산제(겔포스, 미란타 등)나 위산분비 억제제(큐란, 잔탁 등) 등이다.
고 교수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신경안정작용을 가진 약을 함께 복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약물치료를 하는 동안에도 생활습관은 계속 규칙적으로 유지해야 약물치료기간을 줄일 수 있고 나중에 재발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