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 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즐겨라

궁궐에 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즐겨라

김성욱 기자
2010.04.09 10:03

[머니위크 커버]4월의 웰빙프로젝트/ 쏭내관의 궁궐산책

“궁궐에 대해 공부해서 알고 가면 하루종일 즐겨도 다 즐기기가 부족한 곳입니다.”

궁궐지킴이 ‘쏭내관’ 송용진 씨는 궁궐 산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경복궁이든 창경궁이든 드문드문 있는 궁전들을 둘러보고 잠시 쉬다가 나오는 곳이 궁궐인데, 도대체 무엇을 더 즐길 게 있다는 것일까?

◆궁궐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알고 가자

송씨는 “특정한 순서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대신 궁궐의 구조를 알아두면 궁궐을 보는 재미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어느 궁궐이든 크게 내전과 외전으로 나뉜다. 외전은 왕과 신하들이 공적인 업무를 보는 공간이고, 내전은 왕과 가족들의 사적인 공간이다.

외전은 궁의 가운데와 왼쪽에 위치한다. 경복궁의 근정전, 창경궁의 명정전 등이 정가운데 있는 정전이고, 그 오른쪽은 편전이다. 정전 왼편은 현재의 정부종합청사와 같은 국가기관이 있는 궐내각사로 신하들의 공간이다.

내전은 외전 뒤편이다. 우선 왕의 침전과 왕비가 머무는 중궁전과 대비전이 있다. 왕과 가족의 휴식공간인 후궁은 중궁전 뒤쪽에 위치한다. 세자가 머무는 동궁은 편전 오른쪽에 자리한다.

◆잔디밭에 숨겨진 비밀

궁궐에 가면 공간적인 여유가 많다. 송 씨의 표현을 빌리면 허허벌판이다. 곳곳에 크고 작은 화단과 잔디밭이 있다.

원래 궁궐 안에는 왕과 그의 가족, 그리고 나라를 움직이는 신료들의 업무공간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 많은 건물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송씨는 “우리나라 궁궐은 중간중간에 넓은 정원 같은 것은 없는 데 일제가 공원화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건물들을 헐어 지금처럼 허허벌판이 됐다”며 “광화문 복원작업 중에도 옛 궐터가 발견되는 등 궁궐 곳곳에 옛 건물터들이 있는데 현재 순차적으로 복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궁 내에 있는 잔디밭은 모두 건물이 있던 자리로 보면 된다”며 “일제가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잔디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궁궐에는 가이드와 함께 하는 관람 코스가 마련돼 있다. 시간만 맞춰 가면 궁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송씨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궁궐을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사전에 알고 가면 훨씬 더 좋다고 강조한다.

“궁궐은 실제 사람이 살았던 공간인만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미리 알고 가면 사극에 나왔던 실제 사건의 현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궁궐 공터도 이면의 아픈 역사를 알면 달리 보일 것입니다.”

◆‘쏭내관’이 된 사연

송씨가 궁궐 공부를 하게 된 계기는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극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용의 눈물>을 즐겨 보셨는데, 어느 날 ‘할머니도 조선사람’이라고 하셨어요. 나와 동시대라고 여겼던 할머니가 조선 사람이라니 조선이 안 멀어 보이더군요. 그래서 궁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어느 날 직장동료에게 ‘전생에 왕자였나 봐’라고 했더니 그가 ‘내시였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쏭내관’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궁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내관인거죠. 가이드도 ‘왕자’ 가이드보다는 내관 가이드가 좋고 재미있잖아요.”

궁궐 가이드를 자임하고 나선 것 역시 우연이었다. 여느 때처럼 공부차 혼자 궁궐에 갔는데 한 관람객이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게 아니라”며 제대로 설명을 하는데 주변 사람들까지 송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를 따라다닌 것. 그는 그 다음부터 매 주말 궁궐 가이드로 나섰다. 아예 내시복을 맞춰 입고, 궁궐에 온 아이들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자비를 들여 아이용 궁중복도 맞췄다. 송씨는 지난해 말 <쏭내관의 재미있는 궁궐 기행>(지식프레임刊) 개정증보판을 냈다.

"박물관에서는 욕심을 버려라"

쏭내관의 박물관 관람 요령

아이들과 박물관에 가면 어떤 요령으로 관람을 해야 할까?

송씨는 박물관, 특히 국립박물관과 같은 대형 박물관을 갈 때에는 “욕심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박물관에 가는 부모는 박물관을 다 보고 오겠다는 욕심을 냅니다. 물론 다 보고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박물관을 ‘구경’ 한 것이지 즐긴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번에 하나의 테마만 보자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유품들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송씨는 두번째로 “박물관에 가서 밥을 먹으라”라고 당부한다. 그냥 갔다 오는 게 아니라 박물관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

손씨는 “박물관의 분위기와 품격을 느끼며 식사를 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씨는 가볼 만한 박물관으로 고려대 박물관을 추천했다. 고대 박물관에는 고려자기부터 근대 회화까지 다양한 국보·보물급 유품이 많이 전시돼 있다

특히 국립박물관 등에 비해 작기 때문에 욕심을 부릴 만하다는 것, 대학 박물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람도 없고 공짜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송씨가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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