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실적 부풀린 비상장사 인수 '작전의 기본'
회계법인들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자산가치평가법, 할인현금흐름법(DCF) 등 수익가치평가법, 시장가치 평가법, 자산가치와 향후 2년간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자본시장법에 의한 평가법, 주가수익배율(PER)등 상장회사와 비교하는 멀티플법 등이 대표적입니다.
각각의 평가방법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론적으로 가장 우수한 가치평가방법이자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이 할인현금흐름법(DCF)입니다. 기업의 미래현금흐름을 추정해 현재가치로 할인해 표시하는 방법인데, 아무래도 기업은 ‘현금을 창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DCF방식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향후 실적 추정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최상의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순이익이나 자산가치 방식은 DCF에 비하면 매우 보수적인 평가방식이죠.
그러나 DCF모델은 많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악용하는 '맹점'도 갖고 있습니다.
주된 악용사례는 바로 상장사가 신기술이나 자원개발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비상장사를 인수할 때 발생합니다. 신사업을 하는 회사를 다른 경쟁기업이나 상장사 주가와 비교할수도 없고, 자산가치로 이 회사를 평가하는 것도 타당한 방법은 아니죠. 결국 DCF밖에 없는데, 회계법인이 공정한 평가를 하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제시한 실적예상치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기업이 회계법인을 구슬려 DCF모델로 수익을 부풀린 뒤 비상장사의 가치를 비싸게 평가하면, 결국 상장사 주주들은 비싼 돈을 주고 이 회사를 사게 되는 거죠.
특히 자원개발사업에 있어서 DCF는 단골메뉴입니다. 최근 공시만 봐도인젠,케이씨오에너지,유아이에너지등 자원개발사업체 모두 해외자원개발사의 지분을 인수할 때 가치를 DCF로 평가했습니다.
한 예로 2009년말 IT서비스 업체인 인젠은 인도네시아의 석탄자원개발회사 PT.NatSources Sumatera를 62억5000만원에 인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화회계법인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미래실적 추정을 근거로 DCF방식을 적용, 이 자원개발회사의 주식가치를 평가했습니다. 인젠은 유상증자로 약 203억원을 조달해 인도네시아, 중국 자원개발사업에 나섰지만, 현재는 성신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DCF모델이 악용될 여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DCF로 기업가치를 결정할 때 미래순현금흐름, 할인율, 계속기업가치를 가정하는데, 불확실한 미래 잉여현금흐름을 예측하거나 할인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회계사의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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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작전은 대부분 상장사가 '첨단 신사업'을 하는 비상장사를 인수하면서 출발합니다. 비상장사는 미래 매출 예상치를 크게 부풀린 뒤, 주식가치를 DCF방식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면 상장사 주주들은 대부분 비싸게 비상장사를 살 수밖에 없죠.
분명 DCF모델은 악용될 소지가 있지만, 감사하는 회계법인이 인정하면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작전에 동조하는 ‘부도덕한 회계법인’들도 종종 있다고 지적합니다.
몇 년 후 DCF모델이 제시했던 대로 회사가 돈을 벌기는커녕 적자를 내도 주주들을 할 말이 없습니다. 나중에 회계법인들이 '영업권 상각'을 통해 비상장회사의 가치를 크게 깎아버려도 주주들은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감사가 강화된 '퇴출대란'의 시기에는 회계법인들이 해외지분가치나 자산가치를 대폭 삭감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