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신약, 상장-비상장사 합병 '고질' 본보기

일성신약, 상장-비상장사 합병 '고질' 본보기

김동하 기자
2010.02.22 07:28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이른바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지난 18일일성신약(23,350원 ▲350 +1.52%)과 씨스코통상의 합병에 반대한다며 법원에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비상장사인 씨스코통상과의 합병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죠. 펀드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성신약이 흡수합병하려는 주식회사 씨스코통상은 일성신약의 지배주주일가가 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로 종업원이 1명 뿐인 회사다. 일성신약 일가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사실상 '대리점'이다.

씨스코통상이 합병을 앞두고 일성신약과의 판매계약을 체결해 수익가치를 과대평가했다. 이로 인해 씨스코통상의 주식가치가 터무니없이 올라가고,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합병비율이 제시되고 있다"

씨스코통상의 주식가치를 높여 합병하면 일성신약 지배주주일가는 일성신약 나머지 주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게 되겠죠. 펀드는 이 같은 이유로 '부당한 합병'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소프트웨어그룹사인 코스닥 D사의 합병과정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비상장 지주사(D1)와 상장사 두 개(D2, D3)가 합병하는 기업설명회 현장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는데요.

문제점은 일성신약의 경우와 같았습니다. 회장 일가가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비상장 지주사 D1의 수익을 크게 부풀리고, 상장사인 D2와 D3의 실적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합병비율이 결정될 경우 D1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회장이 D2,D3 주주들에 비해 훨씬 많은 이익을 보게 됩니다.

왜 이런 문제들이 연속적으로 불거지는 걸까요. 합병과정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과 합병할 경우, 상장기업은 기준시가법을, 비상장기업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법을 활용합니다.

상장기업의 가치는 통상 1개월 평균주가와 1주일 평균주가, 최근일 종가를 기초로 정해진 수식에 따라 기준시가를 계산하기 때문에 비교적 투명합니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의 경우 ‘수익가치’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그 해와 다음해 2개년도의 수익을 추정하는데 여기서 수익을 부풀리거나 축소할 여지가 있다는 거죠. 대주주 지분이 많은 비상장사의 수익가치를 부풀리면, 합병시 대주주의 상대적 이익은 크겠죠.

이 같은 계열사끼리의 실적책정 문제는 건설업계와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와 같은 IT업종에서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또 제조업과 유통업, 서비스업을 모두 영위하는 대기업에서도 종종 드러나는 문제점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경우 LG나 GS는 지주사로 전환했지만,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모두 사슬모양의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연쇄적으로 많은 기업들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코스닥에도 이 같은 지형도를 가진 기업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 기업들이 합병과정에서 계열사끼리 실적집계를 악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주주들 입장에서 알면서도 견제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기업과 투자자간의 소송이 활성화된 미국은 주주들이 재판을 통해 부적절한 합병을 견제한 사례가 많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우 소송 남발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될 수준이지만, 대표소송, 집단소송 모두 걸음마 단계에 있는 국내 증시에서는 기관 및 개인투자가들의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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