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거래소·회계법인, 앞으로도 한결같아야
#1. 2010년 3월.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코스닥 시장은 퇴출의 칼바람으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코스닥시장본부의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의 '정화작업'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자본잠식률 50%이상, 매출액 30억원 미만 등의 기타시장안내 공시는 올 들어 무려 114건이나 발생했습니다. 관리종목지정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회사 수만 50개를 넘습니다.
초록뱀미디어, 올리브나인, 스타맥스와 같은 잘 나가는 드라마 제작사들은 물론이고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한글과컴퓨터(20,350원 ▲720 +3.67%), 연예인·바이오 테의 주역이었던아리진등도 상장폐지 실질심사 가능대상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유도 다양합니다. 과거 상장폐지는 주로 자본잠식 때문에 이뤄졌지만, 지난 2009년부터 도입된 ‘상장폐지 실질심사’는 퇴출조건을 요령껏 피해간 부실기업들도 모조리 퇴출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특히 회계법인으로부터 자산과 매출을 인정받지 못해 관리종목 신세가 된 기업들도 많아졌습니다. 지난 2008년 회계법인 화인의 회계부정이 적발되고, 감사의견 '적정'의견을 줬던 기업들이 실질심사를 통해 상장폐지되는 사례들도 늘어나면서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매우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풍경은 불과 2년 전 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입니다. 시계를 2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2. 지난 2008년 4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던 케이앤웨이브, 프로제, 엔블루, 폴켐, 아더스 5개 기업이 극적으로 감사의견을 '적정' 또는 '한정'으로 받으며 상폐위기를 모면했습니다. 100% 완전자본잠식을 면하기 위해 이들 기업들은 하루 이틀만에 유상증자,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 등 ‘벼락치기' 자본조달을 했고,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서 탈출했습니다.
상폐결정을 하루 앞뒀던 케이앤웨이브는 BW행사를, 프로제는 CB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했습니다. 이틀 앞서 엔블루 ,폴켐은 유상증자를, 아더스는 채무 출자전환을 통해 자본완전자본잠식에서 탈피했습니다. CB나 BW를 발행한 뒤 전환(행사)청구하면 자본금은 당일(유상증자는 주금 납입 후 다음 날) 늘어나는 것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막판 ‘SOS’용으로 그만이었습니다.
자금만 조달되면 친절한 대다수 국내 회계법인들은 하루만에 즉각 감사의견을 '거절'에서 '적정'으로 180도 바꿨고, 다음날 거래소는 거래를 재개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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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말 자본 전액잠식이었던 베스트플로우는 2008년 감사보고서 제출 마지막 시한인 3월31일 극적으로 99.58%의 두 자릿수 자본잠식률로 낮췄고, 상장폐지를 면했습니다.
자본잠식률이 무려 663.6%까지 치솟았던 모빌탑, 230.1%였던 팬텀엔터그룹, 203.8%였던 아더스도 각각 95.2%, 93.23%, 92.7%의 자본잠식률로 낮춰 수명을 연장했습니다. 영업을 못해 자본금을 많게는 6배 이상 까먹는 부실기업들도 이처럼 '전주(錢主)'만 잘 잡아 자본 100%잠식만 면하면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사채자금으로 유상증자를 시도한 경우 곧바로 양도성예금증서(CD)를 끊어주거나 증자 후 즉시 금전대여로 갚는 일도 많았습니다. 실제 계열사의 증자참여로 자본잠식을 해소, 상장폐지를 면한지 3일만에 다시 '금전대여'명목으로 원금을 모두 갚는 기업들도 있었습니다.
2년만에 이런 '구사일생' 길들이 막힌 것인지, 아니면 구제불능의 부실기업들이 2년만에 이렇게 늘어난건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코스닥 시장본부나 회계법인들의 잣대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