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스토리가 있어야 팔립니다"
"영화는 미국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드라마는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 임기 동안 힘이 닿는 대로 각 분야에서 성공모델을 하나씩 만들 작정입니다."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의 눈빛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지난 4월16일자로 취임한 지 꼭 1년을 맞은 이재웅 원장은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바쁘게 뛰어다녔다고 한다.
"제조업이든 정보산업이든 이제는 '스토리'가 경쟁력이다"라고 말하는 이 원장. "모든 산업을 리드하는 첨병산업이 바로 콘텐츠산업"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해리포터'처럼 창의적인 스토리를 만들어서 '아바타'처럼 첨단기술력을 입히고 '장보고'처럼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동안 적자만 내는 소규모 드라마제작사들이 한류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길만 제대로 찾으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원장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해 5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센터,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이 통합해 출범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영화·방송·게임·디지털콘텐츠 등 콘텐츠산업을 총괄한다. 취임 1년을 맞은 이 원장을 만나 국내 콘텐츠산업의 현실과 콘텐츠진흥원의 역할을 들어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 발전을 위해 어떤 점에 초점을 두고 있나요.
▶콘텐츠산업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산업을 리드하는 첨병산업이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제품 광고에 김연아 선수가 왜 나옵니까. 스타를 통한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광고할 때 기능, 연비 알리지 않습니다. 이야기와 이미지가 중요하지요. 그런 점에서 콘텐츠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은 콘텐츠기술 발전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감성을 가진 인재양성입니다. 이미 기술은 충분히 개발돼 있으니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접목하면 됩니다. 기술 쪽은 기술분야에서 발전하면 되고 콘텐츠 쪽에서는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발굴하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기본은 창의적 인재를 어떻게 키우느냐입니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이를 위해 올해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계신지요.
▶지난 1년간 5개 기관을 통합하면서 흩어진 사업단을 합쳐놓으니까 갈피가 없었습니다. 어떤 목표를 갖고 사업을 하는지 중심이 없었지요. 일단 사업분석을 해서 구체적인 추진방향을 3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는 해리포터 프로젝트, 둘째는 아바타 프로젝트, 셋째는 장보고 프로젝트입니다. 해리포터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해리포터'처럼 창의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스토리 공모대전, 스토리 창작센터 운영,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커리큘럼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바타 프로젝트는 3차원(3D)이나 컴퓨터그래픽(CG) 등 신기술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문화기술개발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만든 콘텐츠를 세계에 내놓는 것이 장보고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시장 등을 중점 공략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 유통사와 연계해 공동 프로젝트 지원을 확대하고 미국, 중국 맞춤형 수출지원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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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수출부문에 대해 한류가 있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수출전략을 어떻게 계획하고 있으신지요.
▶아시아시장에서 한류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란에서 '대장금' 시청률은 87%였고 '주몽'도 90%에 달했다고 하지만 대부분 헐값에 드라마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아시아지역에 드라마를 많이 수출하면 그만큼 국가 위상은 높아지겠지만 수익성까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비해 아시아시장은 그만큼 구매력이 떨어지는 편이지요. 그래서 저는 '미국발 한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가야 합니다. 전세계 유통망을 가진 미국 배급사를 통한다면 수출지역을 확대하는데도 힘이 덜 듭니다. 중국도 앞으로 콘텐츠 대국이 될 것입니다.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시장에도 전략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미국시장 진출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콘텐츠의 미국 진출 가능성을 심형래 감독을 통해 검증하고 있습니다. 심 감독은 미국시장을 타깃으로 '더덤마피아'라는 영화를 제작 중인데, 이 영화를 진흥원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단 시나리오가 탄탄해서 성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심 감독을 지원한 이유는 영구아트가 파이프라인을 가진 영화제작사기 때문입니다. 제작집단이 갖춰져 있어야 투자가 영화에 제대로 들어가죠. 기존 국내에서는 시나리오를 갖고 투자를 받아 그제서야 인력을 모읍니다. 투자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불투명합니다. 제대로 된 곳을 집중지원해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출에 성공하려면 제대로 된 마케팅도 중요할 것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지역에 맞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중국은 수입에 대해서 장벽을 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이 못들어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회해서 들어가자는 전략입니다. 관료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과 같은 중국시장만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의 국회의원 전력이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더군요. 미국 같은 경우는 로스앤젤레스에 콘텐츠 전초기지를 만들 생각입니다. 한국콘텐츠가 로스앤젤레스에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도록 기지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벤트나 파티를 마련해서 미국 정·관계, 엔터테인먼트계, 언론계, 비평가협회 등의 인맥을 엮어내는 작업도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제대로 된 곳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콘텐츠 제작사는 많은데 업체들이 워낙 열악한 것도 문제인 것같습니다. 해결방법이 없을까요.
▶대표적인 게 드라마 제작사죠. 제작사가 제대로 된 것이 없는데 한류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 신기할 지경입니다. 우리 제작사들이 뛰어난 재질을 갖고 있다는 증거죠. 지원만 잘되면 드라마가 콘텐츠산업의 요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진흥원은 제작사 1~2곳을 뽑아서 집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제 조건은 경영과 제작을 분리하는 것입니다. 회계감사도 철저히 받고요. 대신 제작비를 진흥원에서 지원하고 시설 장비도 무료로 임대해줄 예정입니다. 만들어진 작품으로 지상파방송 3사의 불공정한 거래에 기대지 말고 중국, 일본으로 바로 진출하는 겁니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면 우리나라 방송에서도 제돈 주고 살 겁니다. 이런 모델을 하나 만들면 제작사들이 살아나가야할 길이 될 수 있겠지요.

―게임 쪽은 어떤가요. 국내 온라인게임은 세계 최고인데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지원전략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온라인게임 쪽으로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지요. 그러나 플랫폼이 다양해지다보니 여기에 최적화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게임 쪽을 생각할 수 있겠지요. 새로운 분야에서 좋은 게임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입니다. 또하나 타깃으로 생각하는 분야는 아케이드게임입니다. 보통 사행성 게임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고령인구를 생각하면 큰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PC환경이나 모바일환경에 적응하기는 힘들죠. 건강증진이나 취미활동을 위해 아케이드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래서 올해 광역권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해서 노인 기능성 아케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스포츠단을 만드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지원하고 20명 안팎의 게임단을 구성해서 연습도 하고 시합도 하는 겁니다. 활성화된다면 지자체가 경로당이나 양로원 같은데 게임기를 보급하고 시장도 커질 겁니다.
◇이재웅 원장은 누구?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문화콘텐츠 전문가로 꼽힌다.
동의대학교 교수 시절 게임벤처기업을 추진하고 방송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등 문화콘텐츠부문에 높은 관심을 기울였다. 17대 국회의원 시절엔 문화관광위원으로 활동하며 문화, 예술, 체육, 관광, 방송영상 진흥을 위한 기금 설치, 아시아영상문화도시특별법 발의 등의 활동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방송통신태스크포스 팀장으로 참여,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인터넷TV(IPTV) 도입법' 제정 등 방송·통신 융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원장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콘텐츠진흥원을 통합 1년 만에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밀어붙여 성과를 내놓는다. 이 원장 스스로도 "일단 일을 저질러놓고 책임지려고 열심히 하는 성격"이라고 말할 정도다.
【약력】
△1953년생 △부산동래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졸,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 △동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부산 MBC '부산포커스' 진행 △동의대학교 영상정보대학원장 △17대 국회의원(문화관광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초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