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기업株 '옥석가리기'

[기자수첩]외국기업株 '옥석가리기'

원정호 기자
2010.04.26 09:10

"앞으로 상장된 외국기업 주식은 1주도 사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중국기업 동아체육용품 공모주에 투자한 김모씨. 23일 첫날 상장과 동시에 공모가(5000원)대비 10% 낮은 45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하자 허탈해했다. 이어 하한가까지 밀려 종가가 23.5%나 급락하자 실망은 극에 달했다.

국내증시 상장 특수를 맞은 외국기업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신뢰도나 투명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코웰이홀딩스 차이나킹 등 초기 정착기업에 이어 공모가보다도 주가가 하락한 기업이 나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상장 후 공모가 이하로 주가가 하락했다면 공모가 책정이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 앞서 중국계 연합과기는 감사의견 문제로 퇴출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의 가슴을 졸이게 만든 외국 기업은 중국 기업 뿐이 아니다. 일본기업 1호 네프로아이티는 상장 5개월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해 주주를 놀라게 했다. 유상증자를 하면 주식가치가 희석돼 주가가 하락하기 마련이다. 상장 초기 1만7500원을 넘보던 주가는 최근 그 3분의1인 5800원까지 내려갔다.

증권사와 한국거래소가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앞으로도 외국기업 상장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해외에서 기업공개(IPO) 설명회를 열면서 예비기업 발굴에 분주하다. 과당 출혈 경쟁으로 국내기업 IPO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하자 해외기업 상장에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옥석가리기'가 충실한 지는 의문이다. 최근 해외취재에서 만난 국내 증권사의 한 외국지점장은 "현지에서 상장 조건이 안돼 국내증시에 들어오려는 기업도 있는데 서울에선 선진기업이라고 특별대우를 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 상장된 기업 중 성실하고 성장성있는 해외기업이 상당수다. 또 각국 거래소가 생존경쟁을 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 역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외국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선 좀 더 꼼꼼한 상장 심사로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투자자 스스로도 판단을 잘해 '제 주머니'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대주주가 시세차익만 거두고 떠나거나 퇴출하는 기업이 현실화한다면 시장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이 경우 거래소나 증권사 발행사 중 앞장 서 책임지려 할 곳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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