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가 차단되면 끝입니다. 지금껏 경험한 상황 중 최악으로 가는 것같아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A대표는 하룻새 목소리가 더 침체돼 있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지 벌써 6년.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해에도 북한이 2회에 걸쳐 1~2일간 육로를 차단하긴 했지만 이번엔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A대표는 "주재원들이 신변안전 문제를 불안해한다"며 "개성공단 직원들이 인질이 될 경우 주한미군을 이용해 구출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를 보고 불안감이 더 가중됐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북측이 심리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개성공단 육로를 차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이래 개성에 입주한 기업들의 불안감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북을 자극하거나 납품업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 입을 아예 닫은 사람이 많았고, 간혹 생산현장엔 이상이 없음을 강조하는 이도 있지만 좌불안석이긴 매한가지였다.
경의선(판문역ㆍ파주역)은 경제성이 없어 차단돼도 경제적 피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육로는 남북을 잇는 젖줄이자 남북경협 최후의 보루다. "육로가 차단되면 개성공단은 그대로 끝"이라는 게 입주기업들의 목소리다.
일단 한번 폐쇄되면 투자한 생산시설이 모두 와해될 수 있고 다시 입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급기야 입주기업들은 정부에 심리전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기로 했다. 일단 28일 모여 정부에 심리전 자제를 요청하는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 입주기업들이 의지할 수 있는 방안이라야 고작 이 정도다.
천안함 사태로 수년간 중단된 대북 FM방송이 재개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서는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와 전광판 등이 설치됐다. 그 이틀 후인 26일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의 체류직원 8명 전원이 추방됐다. 지난해 운영이 재개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도라산역에서는 6·2지방선거 부재자투표가 시작됐다. 개성공단 주재원들의 표심이 어디로 갔는지는 당연히 알 수 없다. '비정치인'들이 하는 기업 활동이 정치적 상황으로 존폐위기에 놓였지만 이들 개성공단 중소기업의 아픔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은 정작 별로 없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