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가자'는 가보셨나요 2.

[광화문] '가자'는 가보셨나요 2.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2010.06.11 07:30

"이스라엘이 이르면 다음주초부터 소프트음료(콜라 등)와 주스, 과일 통조림, 비스킷, 모든 샐러드류, 감자칩 반입을 허용키로 했다. 지난주에는 잼과 면도용품, 쿠키류를 허용했다"

가자지구 물품 반입을 담당하는 팔레스타인측 관리는 10일 언론 공지문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스라엘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는 2007년 6월부터 봉쇄에 놓여 있다. 이스라엘에 협력적인 파타세력 대신 호전적인 하마스가 세력을 잡은 때문이다. 가자를 에워싸고 있는 높은 장벽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물품은 극히 제한된 수의 생필품과 연료뿐이다.

시멘트를 비롯한 건축자재와 농업, 산업용 기반 설비, TV 등 가전제품, 심지어 주방 용기까지도 아직껏 반입이 금지돼 있다.

그러니 160만명에 달하는 가자지구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활상은 안 봐도 '비디오'이다. 하수구는 막혀 오폐수는 넘쳐나고 수시로 퍼부어지는 이스라엘의 공격에 무너진 건물 잔해속에 연명하는 참상이 이어진다. 그나마 먹고 살려고 이집트쪽으로 팠던 터널들은 지난해 이스라엘 침공시 군수물자를 들여오는 땅굴로 과대 포장되며 철저히 파괴됐다.

이러한데 봉쇄가 일부 느슨해진 것은 다행이다. 그냥 얻은 것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국제구호선단이 9명의 희생자를 내며 치룬 '피의 대가'이다.

구호물품을 싣고 가자를 향하던 선단을 해상봉쇄중인 이스라엘 특공대가 저지하는 과정에서 비극은 발생했다. 6척으로 이뤄진 선단에는 197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메어리드 코리건 맥과이어를 비롯해 현역 유럽 의회 의원 등 민간 인권, 평화 운동가 700여명이 승선해 있었다.

사건 발생후 이스라엘군은 선박 진입을 막는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으나 만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은 거셌다. 결국 비난여론에 밀린 이스라엘이 내놓은 타협안이 앞서 밝힌 일부 봉쇄 물품 해제이다. 인권운동가 9명이 희생된 끝에 가자의 어린이들은 이제 과자를 입에 넣고 다음주에는 샐러드 채소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없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시 대치국면에서 빚어진 불상사에 대해 굴복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국제구호선단이 또 오더라도 전적인 그들의 책임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넘쳐나던 국제사회의 외침도 언제 그랬냐는 듯 수그러 들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던 유엔도 결의안은 커녕 의장 성명 하나 나오지 않았다. 익히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약자는 늘 당하는 것이 세상 이치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유감' 수준의 성명만 발표하고 어정쩡한 모양새로 일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에 대해 비난의 발언을 했지만 개인 차원의 레토릭 수준을 넘지는 않았다.

이들 조차 자제할 수밖에 없는 미국의 분위기는 엉뚱한 희생자가 나오며 그 단면을 드러냈다. 백악관 출입 최장수 기자인 헬렌 토머스 할머니(89)의 은퇴이다. 케네디 행정부로부터 40여년간을 출입한 백악관 1호 출입기자였지만 `팔레스타인에서 유대인들이 꺼져야 한다`는 한 마디 구설수에 언로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조차 용납은 없었다. 굳이 골드만삭스, 살로만 등을 거론치 않더라도 유대계는 미국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실재하는 파워그룹이다.

그러한 이스라엘에서 비둘기파를 만나기는 어렵다. 그들의 지난한 역사를 돌이켜볼 때 일견 수긍할 측면도 없지 않으나 팔레스타인인을 아예 배척하거나 어느 정도의 공존은 수용하는 매파들만 있을 뿐이다.

이제껏 온건적인 유대인은 딱 한 명 만났다. 팔레스타인 자치 원칙을 수립한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이다. 95년 방한시 인터뷰를 가졌던 그는 귀국후 얼마 안돼 그의 팔레스타인 친선 정책에 반대하는 극우파 청년의 흉탄에 암살됐다. 이제 더 이상의 비둘기는 이스라엘에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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