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내 이럴줄 알았다

[광화문] 내 이럴줄 알았다

윤석민 국제경제부 부장
2010.05.07 07:45

김정일의 방중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천안함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특별열차를 타고 유유자적 대륙을 헤집는 그의 행보가 보는 우리의 심사를 뒤틀리게 한다.

특히 말들마다 중국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가득 묻어난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짬 내 상하이엑스포 개막식까지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는데도 불구, 바로 김 위원장이 방중하는 모양새는 영 안 좋긴 안 좋았다. 당장 정부가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유감’을 전할 법했다. 그런데 이번 일을 두고 중국에 대해 실망했다는 표현은 좀 ‘오버’ 스럽다.

혹, 우리가 북한과 대치 관계에 있다는 것 못지 않게 중국이 공산주의의 종주국임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다.

중국과 북한 관계는 흔히 그들 말로 이빨과 입술 관계이다. 한쪽이라도 없으면 서로 허전해지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는 올해 그들은 피로 맺은 조중우호친선 60주년이다. 특히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은 형제당이다.

이런 북-중 관계에 우리가 비집고 들 틈은 경제, 문화 정도의 영역이 전부이다. 그간 우리와 중국간에 돈 좀 오갔다고 그들의 틈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덩샤오핑 표현을 빌자면 인민 생활 개선을 위해 검은 고양이면 어떻고 하얀 고양이면 어떻냐의 그 고양이에 우리는 해당한다.

실제로 중국이 외교, 정치, 군사 분야에서 북한에 맞선 우리의 손을 들어준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지 기억이 없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적 공조에도 제재 실행에는 애매한 태도로 유야무야 만드는 중국이다.

오히려 정치외교 군사적 ‘주적’ 개념을 도입한다면 중국은 우리의 잠재적 ‘적성국가’이다. 지난 역사를 말살하는 동북공정, 간도 연해주 문제가 향후의 갈등요인이라면 서해 어로문제와 대륙붕 개발 등은 당장 상호이익이 교차하는 `교전지대`이다.

최남단 이어도의 영유권 문제도 중국은 제기한다. 우리 함정과 중국 함정이 당장이라도 총부리를 겨눌 수 있는 곳이다.

더 넓게 조망하면 미-중간의 관계를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인정은 안하지만 소련 붕괴이후 위협 세력이 될 중국의 팽창을 우려해 왔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륙봉쇄책의 한 축을 주한미군이 담당한다.

이 가운데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 아시아 최대 우방이던 일본에 아시아 중시 정책을 표방하며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하토야마정부가 들어서며 한미간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영국이 이제 `미국의 푸들이 안되겠다`고 선언한 이상 버락 오바마 미대통령이 MB를 가장 친한 친구로 추켜세울 법도 하다.

이를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중국측에서 바라본다면 그들의 선택 또한 분명하다. 천안함 침몰이후 전시작전권을 한미연합사가 유지해야한다는 국내 목소리가 고조되는 것을 보며 중국 또한 자신들의 입장을 다시 가다듬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에 서운함만을 내세운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번의 외도 후 조강지처를 버리라고 떼쓰는 철부지 꼴이다.

결국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은 중국측이 즐겨 사용하는 실용 실리주의이다. 그들의 `현실`을 인정하며 얻을 것은 확실히 챙기는 법이다. 거대 중국은 우리 생존에 불가결한 너무 매력적인 시장이다. 명분에 얽히다보면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 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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