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악순환…스페인 불안감에 금융시장 들썩

유로존 악순환…스페인 불안감에 금융시장 들썩

권다희 기자
2010.06.16 13:37

'유로 기금 지원 받는다' 루머에 국채금리 급등, 伊로 번지면 '게임 끝'

신용 경색을 공식 인정한 스페인이 유로 기금 지원을 받을지 모른다는 추측에 휩싸이며 스페인 국채 입찰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15일(현지시간) 스페인 정부가 발행한 52억 유로의 단기 국채 수익률(가격과 반대로 움직임)이 전달보다 급격하게 상승하며 시장에 감돈 긴장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스페인 1년 물과 18개월 물 국채 입찰 금리는 각각 2.303%, 2.837%로 전달 1.59%, 1.951%보다 크게 상승했다.

유로존 4위 경제권인 스페인의 좌초는 규모와 파장면에서 그리스와 비교할 수 없을 큰 충격으로 유로 몰락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스페인이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첫 지원국이 될 수 있단 독일 언론의 보도가 이날 국채 수익률 급등을 촉발했다고 전했다.

유로존 국가들은 지난 7일 자금난에 빠진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해 44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지원을 위한 매커니즘을 출범했다.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EU)은 스페인 구제 금융설이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투자자들은 아직도 스페인의 부채 문제에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 은행이 차입한 ECB 대출 추이(좌)
ECB 대출에서 스페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우)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스페인 은행이 차입한 ECB 대출 추이(좌) ECB 대출에서 스페인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우) (자료: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스페인 민간부문의 신용경색이 심화된 점을 들어 스페인이 결국 유로 재정안정 기금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에 따르면 국가 부채 위기로 자금 조달 줄이 끊긴 스페인 은행들은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856억 유로를 조달했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당시 보다 2배 더 많은 대출 규모며 1999년 유로존 출범 후 개별 국가가 받은 가장 많은 대출액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유로 지역 트레이딩 대표 도메니코 크라판차노는 "은행권이 문제에 처해있고 국채 발행 비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점을 볼 때 스페인이 분명 유로존의 다음 위기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스페인이 EFSF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으며 이번 주 상황은 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스페인이 EFSF의 도움을 받을 경우 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스페인 국채 시장이 그리스만큼 높은 변동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시각을 뒷밭침하고 있다.

윌슨 친 ING 투자전략가는 "스페인은 그리스가 아니며 시장도 이를 말해 주고 있다"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매우 높은 수준까지 급속도로 올라갔으나 스페인 국채 수익률은 서서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채 발행 수익률이 급등하긴 했으나 같은 날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대비 6bp 오른 4.73%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같은 만기 국채 수익률이 12%까지 치솟았던 그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가 16일 발행하는 10년, 30년 만기 장기국채 입찰은 시장의 신뢰도를 가늠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스페인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162억 유로를 상환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인의 국채 발행 수익률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번진 부채 문제에 동요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점은 이탈리아마저 스페인과 같은 문제에 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 국채 시장은 아직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국가 부채규모가 유로존에서 가장 큰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117%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는 점을 미뤄볼 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

에볼루션 증권의 채권 리서치 대표 게리 젠킨스는 "이탈리아가 문제에 처할 경우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락하며 유로존 문제는 결국 게임 오버될 것"이라고 말했다.

EFSF에서 811억 유로의 보증을 책임지고 있는 이탈리아가 채무국이 될 경우 유로존 국채 시장을 지원해야 하는 자금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거시 경제 리서치 공동 대표인 프란체스코 가르자렐리는 "EFSF는 일종의 에어백으로, 에어백 안에 든 공기의 양이 충분한지 여부는 충돌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포르투갈만의 문제일 경우 에어백은 충분히 작동할 것이나 이탈리아는 고사하고 스페인만이라도 기금의 지원을 받을 경우 기금은 부족하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경제규모가 큰 유로존 국가들이 기금 지원을 받게 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이 결국 유로존 안전장치를 통합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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