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산업을 둘러싼 플랫폼과 사업자간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은 199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상파 방송이 유일했으나 케이블TV 도입 이후 위성방송, DMB, IPTV에 이어 곧 선보일 스마트TV에 이르기 까지 다플랫폼 시대가 열림에 따라 이들간의 생존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다.
우선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는 지상파 채널 재송신 과정의 저작권 침해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디지털 케이블TV 신규가입자에 대해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금지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해 놓고 있는데 25일에 판결이 나온다.
지상파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화되어 가는 상황이므로, 디지털방송을 계기로 주도권도 잡고 수익도 올리려는 의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케이블TV가 그동안 지상파를 대신하여 난시청해소에 결정적인 기여해 왔는데 갑자기 사용료를 내야 할 경우 결국 시청료인상으로 이어지거나, 지상파방송 재송신 중단 등 극단적 상황이 생겨 결국 국민들만 피해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생각한다면 법원의 결정과 별개로 양측의 타협과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 나서 이를 중재하고 현재 애매하게 규정되어 있는 보편적 서비스와 동시재전송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다른 이슈는 통신사의 유료방송 시장 진입에 따른 시장의 혼란이다. 이는 방송과 통신이 하나로 융합해 가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하게 보장된 영역이 없고 땅따먹기 놀이를 연상하듯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일상화되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유관산업의 발전과 공용창출 증대라는 두가지 목표를 가지고 통신사업자들이 IPTV를 도입하면서 시장은 격랑에 휩싸였다.
IPTV는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그동안 방통위는 교과부와 함께 전국의 1만여개 학교에 IPTV를 제공하기로 했고 각종 규제완화도 시행해 왔다. 그덕에 IPTV 시행 10개월만에 시청가구수가 100만을 넘었으며 지난 4월말에 200만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여 주었다.
문제는 이런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동시에 수반하였는가라는 점이다. 특히 IPTV가 출범할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콘텐츠시장의 활성화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짚어봐야 한다. 아쉽게도 지난 1년 8개월여간의 기간 동안 이 부분에 대한 공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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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도 가끔씩 휴대폰을 통해 TV에 가입하면 현금 몇십만원을 주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몇년 전 신문사들이 벌였던 자전거 마케팅 대신 통신사들은 현금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가입자 유치에만 치중한다면 결국 방송 프로그램의 질은 계속 추락할 것이고, 저가 요금제 경쟁구도만 고착화되는 결과를 가져와 콘텐츠산업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통신사업자들이 전화와 인터넷, IPTV등을 묶어 판매하는 결합상품 서비스 과정에서 주력사업인 이동전화나 인터넷에 가입하는 소비자들에게 IPTV를 공짜로 제공하는 부속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콘텐츠들을 하나로 통합해 사용하는 시대가 보편화되고 있는 요즘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런 만큼 방송콘텐츠의 중요성 역시 더욱 강조되고 있고, 정부도 다양한 콘텐츠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난맥상을 보여주고 있는 유료방송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는 게을리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유사서비스 형태인 디지털케이블TV와 IPTV의 사업방식을 면밀히 분석해 지나치게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시키고 그 돈을 콘텐츠 육성에 쓰일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방통위가 통신사업자들에게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을 22% 범위내로 제한시킨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 또한 결합상품 남발을 통해 방송서비스를 보조 상품으로 전락시키려는 행위에 대해서도 적극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현재의 유료방송시장은 정상화를 되찾고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