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잘못쓰면 오히려 독

자문형 랩 잘못쓰면 오히려 독

김영수 기자
2010.09.08 08:35

[랩어카운트 열풍]③수수료 노린 잦은 매매, 개인성향 무시한 집합주문 등 헛점 많아

더벨|이 기사는 08월30일(07:05)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랩 어카운트 상품의 가장 큰 장점은 투자자 개개인의 투자유형, 투자목적 등에 맞는1:1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문제는 현재 증권사에서 판매되고 있는랩 상품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운용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개인의 맞춤형 자산관리 보다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여 마켓 타이밍에 의한 수익률 높이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투자위험 감안하지 않는 '소수 종목 집중투자'

주식형 펀드와 랩어카운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산 운용 형태에 있다. 주식형 펀드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식 편입 비율을 60% 이상 유지해야 하며 한 종목의 투자비중을 10% 이상 해서는 안된다.

랩어카운트 경우에는 주식 투자 비중을 0~100%에서 조절할 수 있다. 즉 한 종목에 100% 몰빵 투자해도 제도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이렇다보니 10개 안팎에 집중 투자하여 단기간에 절대 수익(=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켓 타이밍에 의존하다보니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형펀드보다 수익률이 더 악화될 것은 뻔하다.

[ 주식형 랩과 공모펀드 비교 ]

자료: 하나금융연구소

◇ 개인투자성향 무시한 '집합주문'

더욱 심각한 문제는 소액투자가 가능해 지면서 고객별 계좌에서 자금을 모아 종목을 매매하는 '집합주문'에 제약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집합주문'이란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운용을 할 때 가상의 계좌에 전체 고객의 주문을 한 데 모아 처리한 뒤 나중에 자산비중에 따라 균등 배분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집합주문'은 지난 2007년 8월 금감위에서 계좌별 자산운용으로 업무량이 늘고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해 허용한 바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문형 랩이 실질적인 맞춤형 자산관리 형태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투자일임사간 1:1 일임형 랩어카운트 형태로 관리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현재 자문형 랩의 경우 투자자의 투자 의사는 형식적으로 반영되고 펀드와 마찬가지로 운용사 마음대로 운용되거나 독립된 랩(wrap)이 아닌 사실상 계좌를 통합하여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자문사 모럴해저드

자문형 랩이 단기간 고수익를 추구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파생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문형 랩은 3%안팎의 투자일임수수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위탁매매수수료를 따로 징구하고 있다. 종목을 사고파는 매매회전율이 높을 경우 위탁매매수수료가 증가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증권거래세도 물론 투자자가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수수료 체계는 랩어카운트의 실효 수익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많을 수록 이익이 된다. 잦은 매매에 대한 유혹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또 사모펀드와 같이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여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다보니 자문사들 간의 암묵적 합의에 의한 매매나 통정 거래 등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금을 일부 종목 또는 특정기간에 집중하여 투자수익률을 상승시킨 후 이를 광고하는 자문사도 있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자문사도 상당히 많은데, 이들 자문사간 인력이동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어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 내부자 거래 등의 불법적인 투자행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자산배분의 한 형태로 랩 이용해야

현재와 같은 랩 어카운트 시장의 과열양상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이미 증권사에 '랩 어카운트 판매, 운용에 대한 감독지침'을 내린 바 있다. 오는 9월 초에는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통해 랩 어카운트 운용과 관련하여 정기적인 미스터리 쇼핑, 기획검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랩 어카운트 상품 운용과 관련된 TFT를 조직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시장의 영향 등을 반영하여 관련 개정안이 마련되면 공청회 등을 실시하여 규정으로 할지, 가이드라인으로 할지 등에 대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투자자들도 랩 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구조와 상품이 유통, 관리되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자산배분전략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업계 한 PB는 "랩 어카운트는 주식형 펀드보다 더 고위험 고수익의 상품 구조이고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1:1로 자산 관리를 받아야 하는 상품"이라며 "따라서 투자자는 매매 과정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합리적 제한을 가하거나, 재산운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PB는 이어 "랩 상품을 펀드 대체 상품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자산배분 전략관점에서 고위험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1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가진 투자자는 투자자산의 20%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자문형 랩을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 윈도우 드레싱(Window Dressing)

'윈도우 드레싱'이란 기관투자가들이 펀드 평가일(연말이나 분기말 등)에 맞추어 장부상의 수익률(NAV=순자산가치) 조절을 위해 포트폴리오에 편입되어 있는 주식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나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