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전 외환위기와 맞물리며 한국 경제를 흔들었다. 성장률은 곤두박질쳤고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마이너스 성장은 현실화됐다. 불황의 시작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선 기분"이라고도 했다.
거시 경제뿐 아니라 금융산업을 보는 시선도 차가웠다. 위기의 촉매제가 된 투자은행(IB)은 물론 금융산업 전반이 긴 겨울잠을 잘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로부터 2년. 숫자로만 보면 2년의 세월을 이미 '회복'했다. 하지만 '질적'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경기 지표 완전 회복= 경기 지표만 놓고 보면 '불황'이 아니라 '회복'이다. 생산(광공업 생산지수)은 위기 직후인 2009년1월 93.8에서 지난 3월 140.1까지 올라섰다. 위기 대비 120% 이상 회복한 셈이다. 소비재판매지수는 113% 가량 회복됐다. 설비투자와 수출 등의 회복력도 비슷하다.
심리도 다르지 않다. 소비자 심리는 위기 대비 116%, 기업경기 심리는 128% 이상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수준으로 넘어 '완전' 회복을 했다는 얘기다. 거시지표 중 회복세가 더딘 것은 고용 부문 정도다.
◇금융지표 빠른 회복= 금융 지표도 만족스럽다. 최근 남유럽 위기 충격이 적잖았지만 이를 감안한 성적표치곤 괜찮다. 주식시장은 위기 이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외국인투자자가 시장을 이끌었다. 특히 채권시장의 회복세가 확연했다.
외환시장의 경우 원/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했지만 외환보유액과 스왑베이시스 등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우량 회사채와 은행채의 신용스프레드도 리먼 사태 이전보다 크게 하락했다. 국가 위험도를 나타내는 CDS(신용디폴트스와프) 프리미엄은 지난해 2월말 437에서 지난 5월말 139 수준으로 떨어졌다.
◇버텨낸 금융산업=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국내 금융회사의 유동성 위기가 대두됐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리 정책 덕이었다. 외환위기 때와 달리 쓰러진 금융회사도 없었고 금융회사의 구조조정도 본격화되지 않았다. 당국 관계자는 "잘 버텨낸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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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은행수는 18개로 같다. 은행의 총자산 규모를 보면 2008년말(1875조원)과 지난 6월말(1882조원)이 큰 차이가 없다. 임직원수도 2008년말(10만162명)과 6월말(10만1641명)이 비슷하다. 건전성 규제 강화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2.31%에서 14.29%로 늘어난 게 차이라면 차이다.
증권사는 2009년 3월말 61개사에서 올 6월말 현재 62개사로 늘었다. 점포수(1949개, 1948개)도 별 차이 없다. 임직원수는 3만9491명에서 4만1425명으로 늘었다. 총자산도 31조8000억원에서 35조100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남은 과제는= 지표는 '회복'이 많지만 개운치 않은 면이 없지 않다. 우선 거시 건전성 감독 문제가 꼽힌다.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한편 과도가 규제가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
선제적 대응'보다 '사후 관리'에 치우친 감독도 문제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년반새 주택담보대출이 34조원이나 늘어났는데도 당국이 먼저 나서지 못한 게 좋은 예다. 이는 한국은행법 개정 논란을 불러온 감독시스템 개편론으로 이어진다. 말만 많았을 뿐 감독 체계를 손질하지 못한 게 금융감독의 현주소란 얘기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민간의 자금 중개 기능이 떨어진 것도 문제다. 정부의 입지가 워낙 강해진 탓이다. 자연스레 자본시장을 비롯 민간이 설 곳은 줄어들었다. 가계쪽도 마찬가지다. 이원영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위기 극복 과정을 돌이키면서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