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성급 롯데호텔 모스크바 가보니.."토종호텔 저력, 한국식 '정'서비스로 승부"
인천국제공항에서 러시아 모스크바의 국제공항 셰레메티예보까지 도착하는데는 약 9시간이 걸리는 힘든 여정이었다.
하지만 입국 창구가 3곳 밖에 열리지 않아 빠져나오는데만 3시간 30여분이 더 걸렸다. 그런데도 오히려 러시아 공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줄을 잘 서라고 호통까지 친다. 우리나라 공항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러시아는 사회주의 시절 잔재때문인지 공무원 뿐만 아니라 호텔·식당 등 서비스업종의 종사자들도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곳에 토종호텔인 롯데호텔이 13일 정식으로 `롯데호텔 모스크바'의 문을 열었다.

롯데는 첫 해외진출 국가인 러시아에서 역발상을 노렸다. 모스크바 시내 특급 호텔 대부분이 낡고 고객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에 주목했다.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시내 중심가인 알바트와 뉴알바트 사이에 위치해 있다.

오래전 지어진 유럽건축양식의 외무성과 정부종합청사 건물사이에 현대식으로 지어져 단연 눈에 띈다. 2007년 문을 연 롯데프라자와 바로 이웃해 있는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지하4층, 지상 10층 7117㎡(2150평)규모로 외관은 반투명 유리의 현대식 건물이다.
외관과 달리 호텔 안은 고전적인 화려함을 자랑했다. 태양의 불꽃을 형상화한 대형 샹들리에와 고대 유럽양식의 대리석 기둥, 철제 계단 등만으로도 6성급 호텔임을 느낄수 있었다.

2층의 연회장(약 700㎡)은 러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조종식 롯데호텔 부총지배인은 "모스크바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의 격전지라는 점을 겨냥해 5톤 화물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며 "벌써 신차발표회 예약이 밀려 올 연말까지 꽉 차 있다"고 말했다.
10층에선 최근 러시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묵었던 스위트룸(521㎡)을 볼수 있었다. 미로처럼 얽혀진 여러 방들과 방탄유리, 순금으로 만들어진 욕실 수전 등으로 꾸며진 이 스위트룸의 하루 숙박비가 한화로 2000만원이라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호텔에는 36개의 스위트룸 등 모두 304실로 러시아 최대 객실 수를 자랑한다. 이밖에 비즈니스맨 전용 클럽라운지를 비롯해 세계적인 유명 레스트랑 `르 메뉴'와 `메구' 그리고 만다라 스파 등 럭셔리 편의시설을 두루 갖췄다.

호텔 인허가가 까다로운 러시아에서 롯데가 이같은 6성급 호텔을 열수 있었던 것은 푸틴 총리와의 오랜 인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구 소련 대표팀 후원을 시작으로 러시아 정부와 인연을 맺은 롯데는 1990년 과자의 무상기증이 결정적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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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달러 상당의 과자를 각 주요 도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는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외협력 담당 부시장인 푸틴이 이를 기억하면서 러시아 진출이 예상보다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롯데그룹은 러시아 진출 초기에 과자 등 식품사업으로 무게를 뒀다가 호텔과 백화점 등 서비스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보다 효과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롯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호텔은 모스크바에서 호텔서비스가 가장 훌륭하다는 리츠칼튼, 파크 하이얏트 등 외국계 특급호텔을 넘어서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한국 특유의 정(情)문화를 가미시켰다. 일례로 롯데모스크바 현지 직원들은 투숙 고객들에게 45도 인사를 한다.
또 레스토랑에선 부르지 않아도 테이블에 직접 찾아가 손님이 무엇을 찾는지 묻는다. 모스크바 다른 호텔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송영덕 상무는 "45도 인사나 목례 등 한국식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 수 개월동안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왔다"며 "현지인들은 물론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유럽 고객들에게도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러시아를 필두로 글로벌 호텔 체인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국내외에 20개의 체인호텔을 운영할 계획이다. 오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베트남 하노이, 중국 심양에 호텔이 들어서는 것을 비롯해 국내에선 1단계 오픈한 부여리조트를 복합문화단지로 확대 조성하고 김포, 제주 서귀포 등도 호텔을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좌상봉 롯데호텔 대표이사는 "글로벌 체인화에 집중해 롯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첨병역할 뿐만 아니라 외국계 체인호텔에 맞서는 토종호텔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