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정숙 금융감독원 소비자서비스본부장(부원장보)

얼마 전 어느 지역 복지관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노인은 행복한 노후생활을 위한 재무설계에 관심은 높았지만 실제로 노후생활을 위한 준비는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이유로 자녀양육과 생활고로 인해 자금의 여유가 없는 경우가 약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별도로 노후설계를 할 생각이 없는 경우도 절반 가까이 됐으며 특히 대다수 노인들이 노후설계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이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어서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노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노후설계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됐다. 충분한 노후설계를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장기간 계획을 세워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예측 가능하다.
금융교육의 필요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금융교육은 개인이 경제주체로서 일생동안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첫 단추다. 이는 자신에게 필요한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나아가 금융자산 형성 및 관리능력을 높여준다. 개인의 경제적 안정은 물론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조기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금융선진국인 영국의 경우를 보자. 청소년들이 학교에 재학 중일 때 금융역량을 개발시킨다는 것이 영국 정부가 추구하는 전략이다. 여기서 금융역량이란 자신의 금융생활을 관리하는 능력과 자신감 있고(confident) 의문을 제기하며(questioning) 정보에 밝은(informed) 금융소비자가 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금융교육 내용을 제공해 이들이 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돈 관리에 대한 자신감과 역량을 갖추고 교문을 나서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각 교육단체에서 청소년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해 왔지만 초·중·고 단계별로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내용이 정립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서울과 지방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교과내용 부족으로 학교에서 충분한 금융교육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교육 지도기준으로 활용토록 하기 위해 개발 중인 금융교육 표준안은 바람직한 학교 금융교육의 내용체계를 금융과 의사결정, 수입과 지출관리, 저축과 투자, 신용과 부채 관리, 위험 관리와 보험 등 5개의 큰 영역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14개의 중영역과 28개의 표준내용요소로 세분화해 구성할 계획이다.
문제는 개발된 표준안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다. 아무리 잘 차려진 밥상이라 하더라도 아무도 와서 먹지 않는다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영국과 호주 등은 자국의 금융환경에 맞는 학교 금융교육 표준안을 설정한 후 모든 학생들이 이를 이수토록 의무교육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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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체계적인 금융교육 내용을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해 모든 학생들이 이수토록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계, 금융업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