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기획]아줌마 타임/ 골프장의 아줌마들
세계 최고의 명문 골프장 중 한 곳인 오거스타내셔널. 이곳은 해마다 가장 먼저 열리는 PGA 마스터즈대회가 개최되는 곳으로 ‘유리알 그린’으로 세계 최고의 프로골퍼들도 애를 먹는 곳이다.
오거스타는 이와 함께 여성회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악명’ 높다. 세계 여성단체 등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오거스타는 여성회원을 받지 않았고, 몇년 전 회장이 바뀌면서 이 사안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올랐을 때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행히(?) 국내 골프장 중에는 여성회원을 금지하는 곳은 없다. 오히려 요즘 서울 인근 골프장은 여성들 덕분에 성업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평일 골프장은 여성회원이 장악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여성 라커가 부족할 정도라고 한다.

◆여성회원권 고가에 거래
골프는 남성을 위한 스포츠로 시작됐다. 오거스타가 여성회원을 받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남성우월주의가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도 알게 모르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어 왔다. 오래된 골프장일수록 이런 성향은 더 강하다.
골프장회원권에 여성회원권을 따로 두는 것도 여성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됐다. 김포시사이드, 남서울, 동래베네스트, 서울, 한양 등 대체로 1990년대 이전에 개장한 골프장에는 여성회원권이 존재한다. 여전히 여성회원권이 구분돼 있는 곳은 주중여성회원권을 합해 l6곳에 이른다.
하지만 차별에서 시작된 여성회원권의 현재 모습은 전혀 다르다. 회원권 시세는 일반 회원권보다 비싼 편이다. 특히 남서울, 뉴코리아 등은 일반 회원권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시세도 안정적이어서 등락이 심하지 않다.
민자영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올들어 회원권시장이 계속 약세지만 여성회원권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다”며 “그만큼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 애널리스트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골프회원권은 그린힐, 비에이비스타, 아시아나, 강남300 등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비싸지 않은 곳”이라며 “주로 강남에 거주하는 30~40대 여성이 회원권을 찾고, 50대 이상은 주로 배우자의 가족회원권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중 골프장에 여성골퍼는 얼마나 될까? 은퇴 후 주중 라운딩을 즐기는 한 남성골퍼는 “평일 낮시간에 골프장에 가면 우리나라 여성골퍼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며 “적어도 1/3은 넘고, 많을 때는 절반 이상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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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프부킹예약업체 관계자는 “일부 골프장의 경우 낮시간에 남자 혼자 가서 조인하면 대부분 여성 3명과 라운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여성골퍼는 “아침 8시30분 이전 티오프에는 남성들이 주를 이루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여자 골퍼들이 훨씬 많다”며 “서울 인근의 골프장은 평일 낮에도 부킹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골퍼 증가에 웃고 우는 골프장
여성골퍼들이 많아지면서 일부 골프장은 여성골퍼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레이디스 데이를 따로 두고, 와인을 서비스하거나 약간의 그린피 혜택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화려하게 꾸미고, 꽃밭 가꾸기와 같은 이벤트도 벌인다. 마사지나 별도의 고급 스파 시설을 따로 두는 것도 남성보다는 여성을 겨냥한 것이다.
여성골퍼 덕분에 휴일이나 다름없던 평일에 그린이 붐비는 것은 골프장 입장에서 크게 반길 일이다. 하지만 마냥 즐거운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성골퍼는 남성골퍼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늦다. 특히 골퍼의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평일에 비기너(초보 골퍼)들의 방문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고, 골프장 관리도 손이 많이 가게 된다.
부수적인 추가 매출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 아닌 고민이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여성골퍼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매출이 떨어진 편”이라며 “일부 여성 골퍼들은 집에서 김밥과 간식까지 준비해 지출을 최소화하고, 라운드 후 주류를 찾지 않기 때문에 부대시설 수입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또 다른 수다 장소 ‘골프연습장’
골프연습장도 낮시간에는 여성들이 점령한다. 라운딩과 달리 연습장은 매일 갈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아줌마 수다방’이 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골프 연습장. 이곳도 평일 한낮은 아줌마들 차지다. 이 연습장 관계자는 “새벽과 저녁시간에는 남자가 많지만 낮에는 여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박스제일 때는 한두박스만 끊고 서너시간씩 수다를 떨다 가는 분이 많았는데 요즘은 시간제라 그런 모습이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낮시간도 시간대에 따라 찾는 여성회원의 나이대가 다르다"며 "오전 10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는 젊은 여성이 많고, 오후 시간대에는 50대 이상이나 자영업을 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그는 “오전시간대를 이용하는 여성들은 주로 초・중・고생 자녀를 둔 경우”라며 “아이들을 등교 시킨 후 연습장에 와서 연습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 골프연습장을 이용하는 한 여성(48세)는 “주로 가족 얘기, 특히 학생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애들 얘기를 많이 한다. 재테크 정보와 남편 뒷담화 등도 많이 나누지만 골프와 관련된 얘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쯤에는 30대 후반이 거의 막내였는데, 요즘은 30대 초중반의 여성들도 연습장을 많이 찾는다”며 "시간제가 일반화되면서 요즘은 연습장에서는 골프에 집중하고 이후 식당 등으로 옮겨 얘들 하교시간까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골프연습장에서 여성 동우회 등을 만들어 라운딩을 나가기도 한다. 과거에는 연습장 프로와 함께 라운딩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골프인구가 늘면서 함께 골프 칠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