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의 긴급 방한은 우리에게 분명히 당혹스럽고 불편한 경험이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대신해서 온 그의 입에서는 민간인 희생에 대한 위로의 언급 대신 6자 회담 이라는 '쌩뚱맞은' 발언이 나왔다.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중국도 그들 국력에 비춰볼 때, 특사의 이번 방한이 결코 자랑스럽지만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자존심이 더 상한 쪽은 중국일 수 있다.
중국이 6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 모두의 눈치를 살핀 결과다. 중국은 북한과 전통적 혈맹 관계지만 경제·군사 부문에서의 협력 파트너로서 한국과 미국의 존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리고 후자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중국의 달라진 반응에서 이 같은 점은 뚜렷이 감지된다. 중국은 28일 서해 한미 연합훈련에 시작됐음에도 불구, 그동안의 유감 표현외에 더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 천안함때만해도 서해상의 한미 합동군사움직임에 강한 톤의 비난을 쏟아내던 중국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눈치 역시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손을 노골적으로 들어줄 경우 북한의 고립은 더욱 심화돼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한반도 안정화는 경제 발전방식의 전환기에 접어든 중국에게 최우선 선결 과제다.
이렇게 모두의 눈치를 살펴 나온 결과물이 현 정세에서 실현 불가능한 '6자 회담' 제안이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은 "때가 아니다"고 면박을 줬으며 미국 역시 중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른바 'G2'로 부상한 중국의 몸집을 감안할 때 그들 스스로 제법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의 체면을 깎는 '자살골'이 중국의 의도된 연출이라면 어떨까? 국력에 걸맞은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 현재의 중국이다. 실제로 국제사회를 좌우할 만한 힘이 축적되기 전까지 몸을 사리겠다는 이른바 '도광양회'다. 어쩌면 중국은 6자회담이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카드를 내밀며 난마처럼 얽힌 연평도 문제에서 발을 빼려 하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중국의 '6자회담' 발언에서 진정 불편해 해야 할 부분은 이 같은 중국의 '허허실실'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