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스마트해지는데…" 스마트 세대의 이면

"기계는 스마트해지는데…" 스마트 세대의 이면

문혜원 기자
2011.01.16 10:21

[머니위크 커버]스마트 리치/ 스마트폰 시대 그림자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K부장(남·49)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스마트폰을 지급받았다. 회사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업무지침을 내린다. 젊은 후배들은 한시도 손을 떼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열광하지만 그는 그저 한숨만 쉬고 있다. 기존 휴대폰처럼 통화와 문자기능만 사용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기계는 스마트해지는데 나는 점점 멍청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된 지 1년.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삶은 얼마나 스마트해졌을까? 실제로 일상과 업무가 편리해진 점이 많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마트폰의 노예나 희생자가 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스마트폰 시대의 이면을 짚어봤다.

◆ 기업의 논리로만 진행된 스마트폰 열풍

트렌드 전문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연구소장은 스마트폰이 대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급류에 휩쓸리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중독이나 게임 중독처럼 스마트폰 중독 역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서는 책 대신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길을 걷는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중독현상을 우려했다.

최근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여러 불미스러운 일들이 스마트폰 촬영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당사자들의 사생활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등 사생활 노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불고 있는 스마트폰 열풍 속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소비자일까? 김소장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바로 통신사업자와 SNS사업자, 디바이스 제조업자라는 것. '수혜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불거질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문제들을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소비자들에게만 떠넘길 수 없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우리는 좀 더 사용자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는 철저히 기업의 이익이다"고 못 박았다.

시간은 스마트폰 사용 전과 동일하게 24시간으로 한정돼 있고 우리의 수입 역시 높아지지 않았음에도 스마트폰 사용에 할애하는 시간과 비용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용자들은 비싼 요금에 대해서도 저항감이 없다. 편리함의 대가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사용자들이 지불한 비용만큼 스마트폰을 생산적인 일에 사용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이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즈니스다.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스마트폰을 비즈니스로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났지만 이를 장밋빛 미래로만 보면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뛰어들지만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은 그는 "예전 IT, 닷컴 열풍의 전례를 곱씹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연결의 편입효과' 때문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가져야만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따라서 비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과 기술 격차에서 오는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스마트폰, 문화예술계엔 독 될 수도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스마트폰 열풍이 거세지면서 그 권력은 이미 사용자에게로 옮겨왔다고 분석했다. 사용자들은 새로운 미디어 세력에 호감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전문가들은 여론을 리드할 만한 권위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또 저작권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인데 트위터의 RT(리트윗 : 다른 사람의 멘션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 기능과 같이 남의 것을 쉽게 붙여 쓰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심 교수는 "문화예술의 창작활동은 절대적인 노력과 고심을 거쳐야 하지만 SNS는 이를 너무 쉽게 생산한다"며 "어렵게 만들어낸 콘텐츠조차도 너무 쉽게 빼앗겨버리는 게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에서 피라미드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피라미드 아래 부분은 일반인들이 바탕이 되고 꼭지점으로 올라갈수록 보석 같은 창작물이 자리하는 식이다. 그래야 상위를 지향하는 문화예술의 위계질서가 확립된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역피라미드 형태"라고 지적했다. 무단으로 가져다가 쓰고 변형시킨다는 것. 창작의 의미가 훼손되고 문화적으로도 퇴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화예술의 하향평준화를 우려했다.

KT 사내 트위터 사용자 가이드라인

스마트폰과 SNS는 수많은 장점과 함께 그늘이 공존한다. 개인에게는 자신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올리면서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고 기업에게는 회사의 기밀이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SNS를 이용한 선도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KT 역시 스마트폰 사용으로 불거질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사내 트위터 사용자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

KT(60,700원 ▲1,400 +2.36%)역시 내부 직원들이 스마트폰과 SNS의 활발한 사용자가 되면서 회사 기밀 노출이 숙제로 남았다. KT가 내놓은 8가지 원칙은 트위터 고객응대 매너와 더불어 기밀유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KT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SNS의 사용이 손쉽지만 결코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빠르고 간단하게 자신의 의견을 퍼뜨릴 수 있는 만큼 불거질 문제도 크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철기 KT 홍보팀장은 "지극히 개인적인 미디어인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회사업무와 개인적인 업무를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정확하지 않은 문제를 퍼뜨려 오해를 만드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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