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삼성그룹주펀드가 삼성전자 주가 걸림돌?

'공룡' 삼성그룹주펀드가 삼성전자 주가 걸림돌?

권화순 기자
2011.01.26 07:08

백재열 한국운용 펀드매니저 "삼성전자 아닌 삼성그룹 전체 주가와 연동"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에게 바로 전화가 와요. 우리가삼성전자(189,700원 ▲3,400 +1.83%)주식을 팔아서 빠진 게 아니냐는 거죠. 그런데 좀 억울해요. 회전율이 70% 밖에 안 되는 펀드라서 자주 사고파는 것도 아니거든요."

삼성그룹주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의 남모를 하소연이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신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백재열 주식운용본부 운용1팀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그룹주펀드는 '공룡펀드'라고 불린다. 업계 전체 운용규모가 6조원이 넘는다. 이 중 4조2000억원은 백 팀장이 운용하는 삼성그룹주펀드 자금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펀드 투자자가 아닌 주식 투자자가 먼저 반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을 터치하자 삼성그룹주펀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더구나 한국운용 펀드는 다른 테마펀드나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우수하다. 연 29.73%로 시장 수익률(22.23%) 대비 안정적이고, 매년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는 모범생이다.

'공룡펀드' 매니저에게 먼저 삼성전자 주가 전망을 물었다. 백 팀장은 "100만원이란 수치 때문에 부담을 갖는 사람들도 있지만 펀더멘털(기초체력)만 놓고 보면 앞으로 더 좋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 시장 PER(주가수익배율)이 10배인데 삼성전자도 이 정도 수준"이라며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시장과 동일하게 평가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올 한해 코스피 전망을 2300~2400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삼성전자가 이만큼만 오르더라도 PER 12배~13배가 돼야 한다. 100만원을 터치하고도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백 팀장은 의외의 얘길 꺼냈다. '삼성전자=삼성그룹주펀드'라는 등식이 엄밀히는 '오해'라는 것. 삼성그룹주펀드에 대한 3가지 오해를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가, 전기전자(IT) 업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거란 오해, 중소형주 강세장에선 성적이 나쁠 거라는 막연한 우려가 그것이다.

백 팀장은 "장기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주가 보다는 삼성그룹 전체 주가 추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실제 지난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린 종목은 제일모직,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정밀화학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펀드의 장기성과가 잘 나오는 것은 그룹 경쟁력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삼성 내부에서 사업부를 주고받는 식의 인수합병(M&A)을 많이 하면서 장기 성장 잠재력은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삼성그룹 종목 19개라는 좋은 재료에다 탁월한 '요리법'도 가미했다. 백 팀장은 "한국운용 특유의 팀 워크를 바탕으로 19개 종목을 5개 등급으로 나눠서 기간별로 리밸런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법이나 재료가 좋아도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중소형주 강세장 속에선 대형주를 많이 담은 삼성그룹주펀드는 열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백 팀장은 "수능 시험이 쉬워지면 공부를 덜 한 사람 성적도 좋게 나오지만 공부 많이 한 사람도 성적이 좋은 건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단기적으로 탄력을 덜 받을 지라도 3년 이상 장기적으로는 보면 결국 수익률이 좋았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2000년 28만원대에서 현재 100만원까지 오른 것만 봐도 그렇다는 지적이다.

백 팀장은 지난 2003년 펀드 매니저를 시작했다. 삼성그룹주펀드를 올해로 4년 째 맡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조금만 빠져도 바로 투자자 전화가 오곤 했는데 그래도 요즘은 많이 줄었다"면서 "그 만큼 펀드의 안정적인 운용에 대한 믿음이 쌓인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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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화순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권화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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