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산의 역사성을 회복하자

[기고]남산의 역사성을 회복하자

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2011.02.07 07:03
↑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신형식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서울의 중앙에 위치한 남산은 조선시대 수도를 한양으로 옮기면서 세인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조선시대 수도를 감싸고 있는 서울성곽은 북악과 인왕산, 남산, 낙산을 연결하여 쌓은 성이다. 이 가운데 북악은 서울의 주산이 되며 남산은 안산(案山)이 되고 인왕산은 우백호, 낙산은 좌청룡에 해당된다. 이때부터 남산은 역사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남산은 단순하게 ‘도성 남쪽에 있는 산’이란 의미도 있지만 경사스러운 일을 많이 끌어들인다는 의미의 인경산(引慶山) 또는 열경산(列慶山) 이라고도 불렀다. 또한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이 산의 산신(山神)을 목멱대왕(木覓大王)으로 봉작(封爵)하고 난 이후 목멱신사(木覓神祠)를 설치함에 따라 목멱산(木覓山)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 외에 종남산(終南山)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우리말로는 ‘마뫼’라고도 하였다. ‘마’는 남쪽을 의미하여, ‘뫼’ 또는 ‘메’는 산을 가르키는 우리말이니 곧 남산을 의미하는 명칭이다.

이러한 남산은 우리 역사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첫째로 국가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조선은 남산의 산신인 목멱대왕에게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국사당(國師堂)을 세우고 고종 때까지 매년 봄 가을로 제사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고종 때는 장충단을 설립하여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둘째는 군사요새지로서의 역할이다. 남산 정상으로 서울성곽이 지나고 있고, 전국에서 올라오는 봉수가 집결되는 장소도 남산 정상이다. 따라서 도성 방어는 물론 외적의 침입 여부를 최종적으로 알리는 장소도 남산이었다.

셋째는 풍류지역으로서의 역할이다. 남산은 서울 도성과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로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계곡 사이로는 맑은 물이 흐르던 곳으로 풍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다. 조선시대 남산의 풍경을 소재로 한 시문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이와 같은 남산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역할이 변질되었다. 조선의 정신적 지주였던 국사당을 헐어 인왕산으로 옮기고 남산에는 일제의 정신적 지주인 신궁이 들어섰다. 또 남산 기슭의 30만평을 임대받아 일본인 집단거류지를 조성하고 조선 침략의 선봉대인 통감부와 통감관저를 남산에 설치하였다. 이도 모자라 장충단을 헐어내고 이 일대에 조선 침략을 진두지휘한 이토오 히로부미의 사당인 박문사를 설립하여 조선의 혼을 빼앗아갔다.

해방 이후 남산은 일제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조선신궁과 박문사, 통감부 등을 철거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안중근, 김구, 방정환, 이준열사 등의 동상을 세우면서 민족정기를 회복하고자 하였다. 또한 우후죽순으로 남산기슭에 들어선 아파트도 철거하면서 과거 남산의 정기를 회복하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보존하여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분명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도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기에 이를 숨기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예를 들면 병자호란 때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한 후 세운 청태종공덕비(일명 삼전도비)는 여러 차례 땅속에 파묻히기도 하였고, 최근에는 페인트칠을 한 사례까지도 있었다. 이 비문을 없앤다고 병자호란 때 항복한 조선의 역사가 숨겨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역사교훈으로 삼고 앞으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교훈으로 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 교훈을 위해 사라진 비문을 새로 만들어 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자 잘못된 역사인식이다.

남산에 복원하자는 조선통감관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문제이다. 일제 침략의 역사를 후세에게 알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은 현대인들의 과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없어진 건물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만일에 현재 남아있는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가, 아니면 보존해야 하는가의 논리라면 문제가 다르다. 과거 역사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어버릴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경술국치의 현장인 조선통감관저를 다시 지어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임은 물론 그렇다고 역사가 바로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일제 침략의 본거지 건물 하나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올바른 역사 교육 정립과 역사인식의 대중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산의 역사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울의 안산으로, 서울 역사 ? 문화의 상징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안식처로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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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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