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담합 사건 등을 형사 절차로 넘길 수 있는 제도인 전속고발권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오는 10월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도 바빠질 전망이다. 고발 문턱이 낮아져서다. 수사 주체와 인력이 정리되지 않아 사건이 한꺼번에 몰리면 적체와 혼선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 방향에 대해 "기본적인 취지나 방향은 공감한다"면서도 "고발권을 넓힐 경우 수사 리스크와 공소권·고발권 남용 문제가 있다. 가격·입찰 담합·공급 제한·시장 분할 등 중대하고 악성적인 사안 정도로 (고발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출범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재는 검찰이 공정위로부터 담합 사건을 넘겨받아 기소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수청이 출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당장 담합 사건을 어느 기관이 일차적으로 접수하고 수사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중수청법에는 중수청이 수사할 수 있는 중대범죄 범위를 별도로 두고 있고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중대범죄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을 손질하지 않고 전속고발권 폐지만으로 모든 담합 사건이 중수청 사건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고발은 쉬워지는데 수사 주체는 오히려 더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전속고발권 폐지가 새 수사 체계의 초기 과부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한 대기업 소속 사내변호사는 "피해를 주장하는 사업자나 기관들이 담합 사건을 더 적극적으로 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인력 문제도 변수로 꼽힌다. 검찰 인력 공백이 큰 상황에서 수사 체계 개편까지 겹치면 사건 처리 지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합동수사본부, 2차 종합특검, 공소 유지 등에 투입된 검사가 약 100명에 달하고 해당 검사들은 보통 초임 검사 서너 명 몫을 해야 하는 핵심 인력들"이라고 말했다.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일선 검찰청의 사건 부담이 이미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우려했다.
특히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당수 검사가 수사 기능이 제한된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결국 전속고발권 폐지가 시행되면 고발 사건은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 처리할 조직은 아직 자리도 잡지 못한 채 출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제도 개편과 함께 수사 주체·사건 배분 기준·인력 확충 방안까지 함께 마련하지 않으면 혼선은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