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커버]대한민국 특별市場 / 종로 귀금속상가
지난 1월24일 한파가 계속되던 날, 서울 종로3가역 인근의 귀금속상가를 찾았다. 가게 유리마다 '금삽니다 금팝니다'라는 안내문이 즐비하게 붙어있지만 내부는 썰렁하기만 하다. 그저 가게 앞에서 시선 한 번만 흘깃해도 상인들은 문을 열고 뛰어나와 "금 찾으러 오셨어요?"라고 말을 건넬 정도다.
금값이 오르다보니 금을 사는 사람도 없지만 파는 사람도 없다. 이미 '팔 사람은 다 팔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상인들은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 인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한민국 대표 귀금속상가의 명맥을 잇기 위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애쓰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귀금속 메카…이제는 세계로
"이곳은 대한민국 역사가 담겨 있는 곳입니다. 그만큼 상인들도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충분히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종로 귀금속상가에서 평생을 보내다시피 한 터줏대감, 정원헌 한국다이아몬드협회장은 대뜸 이렇게 말을 꺼냈다.
이곳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복궁 앞에 위치한 인사동이 은과 같은 다양한 패물이 가장 많이 거래되던 중심지였고, 1960년대 금 광산 붐이 일면서 금 거래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자연스레 모여들었던 것. 1970년대 이후 이 일대를 중심으로 보석 세공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개별 점포 중심으로 이뤄져 있어 조금은 산만했던 분위기가 지금과 같은 '백화점식 진열 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초반이다. '고가의 선물'로만 인식되던 귀금속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보다 대중적인 상가로 자연스럽게 변모한 것이다.
정 회장은 "당시 국내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시기여서 금뿐 아니라 다양한 귀금속들이 활발하게 거래되던 때였다"며 "보석과 같은 귀금속은 아무래도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 인만큼 귀금속상가의 흥망성쇠 역시 국내 경제의 흐름과 함께 해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상인들은 지금은 국내 경기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귀금속 구매 자체를 꺼리고 있지만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이곳도 금방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화된 점이 고무적이다. 젊은이들이 진주를 찾기도 하고, 결혼 예물로 금 대신 은을 찾는 경우도 많다. 특정 보석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상인들의 자부심은 이곳의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종로3가 일대를 중심으로 약 3000개에 가까운 귀금속상가가 영업을 하고 있고, 일하는 이들만 하더라도 1만여명이 넘어선다.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의 귀금속상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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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규모면에서도 놀랄 만한 곳이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어디를 가도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귀금속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이라고 뿌듯해 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외국인 고객이 늘어났다. 일본이나 중국계 고객이 많지만 여행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유럽 관광객들이 무리를 지어 귀금속상가를 방문하며 다양한 귀금속을 구경하고 다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손재주 뛰어난 한국인의 세공기술 덕분에 가격 대비 디자인이나 제품 퀄리티에 만족감을 표하는 이들이 대부분.
상인들은 이곳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외국인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정 회장은 "특히 다양한 축제 등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귀금속상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상인들이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귀금속 쇼핑은 이렇게
커플링이나 예물을 맞출 때면 가장 먼저 둘러보게 되는 종로 귀금속상가. 백화점식 진열 형태로 이루어져 한곳에서 빠르게 다양한 상점의 제품들을 둘러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비슷한 상품 사이에서 소비자들은 갈팡질팡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을 비롯한 보석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순도를 속여 파는 등 사기피해에 대한 경각심마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귀금속 쇼핑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은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결혼 예물로도 금 대신 은을 살 정도로 은이 대세다. 따라서 진열대에도 은제품을 먼저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은제품의 디자인을 먼저 살펴본 뒤 마음에 든다면 같은 디자인의 금제품을 요구하도록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믿을 만한 제품을 거래하는 것. 보석은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구매를 나서기 전 인터넷을 통해 국제 거래가를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최저가 정보만을 눈여겨 본 뒤 귀금속상가를 찾는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고가의 귀금속이라면 감정서를 지참해 전문가에게 검증을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면 구매 전 귀금속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 회장은 "모든 보석이나 귀금속에는 상표나 순도 등을 꼭 각인해 놓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최근 귀금속의 크기가 작아지는 경향이 있어 허투루 넘기기 쉽지만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일단 각인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