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리더]벤처캐피탈 KPCB의 존 도어
지난 17일 저녁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비즈니스 리더들의 모임이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6주일 시한부설’에 시달리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초청 명단에 있었기 때문이다. 잡스외에도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엘릭 슈미트 구글 회장, 캐롤 바츠 야후 대표 등 미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기술기업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남은 한 사저에서 이뤄졌다. 벤처 캐피탈 회사인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 바이어(KPCB)의 파트너인 존 도어의 개인 저택이었다. 집주인인 도어가 모임의 호스트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표현에 따르면 KPCB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탄탄한” 벤처캐피탈 중의 하나”이다. 1972년에 설립돼 전세계 475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해왔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서버 등 네트워킹 기기 제조회사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게임회사인 일렉트릭 아츠, 검색 사이트인 구글 등이 KPCB의 투자 기업들이다.
1970년대에 설립된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이 금융 전문가들 주도로 만들어졌으나 KPCB은 기술자들이 창업자로 참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KPCB는 창업자 4명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인데 유진 클라이너는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설립자이며 톰 퍼킨스는 휴렛팩커드의 컴퓨터 하드웨어 부문 임원이었다. 이 두 사람과 프랭크 J. 코필드는 현직에서 물러났으며 현재는 KPCB 가운데 마지막 B인 브룩 바이어스만 남아있다.
◆전기공학 전공한 기술자 출신..인텔이 첫 직장
존 도어도 기술자 출신의 벤처캐피탈 투자가다. 그는 1951년 6월29일에 태어났으며 라이스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여름방학에 반도체회사인 인텔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1974년 인텔에 입사했다. 당시 인텔은 8비트짜리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막 개발해 급성장세를 타고 있었다. 도어는 인텔에서 영업을 가장 잘 했으며 직접 메모리 기기를 개발해 자기 이름으로 특허도 땄다. 도어는 인텔에 다니던 중인 1976년에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도어가 KPCB에 합류한 것은 1980년으로 그 때부터 30년 이상 벤처캐피탈 투자자로 명성을 쌓고 있다. 잡스의 유명세에 가리긴 했지만 사실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에서 도어가 갖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넷스케이프와 구글, 아마존 등 도어가 투자해 실리콘밸리 선두기업으로 성공한 벤처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이조스는 도어를 “인터넷 세상의 무게중심”이라고 평가한다.
도어는 사회활동에도 적극 나서 워싱턴 정계와 가깝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어의 집에서 실리콘밸리 리더들과 회동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는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인데다 정치자금 기부자이며 지향하는 목표도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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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도어를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업가 중 한 명”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2월에 그를 대통령 경제회복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해 경기침체 극복 방안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도어 역시 미국의 교육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교육 개혁에 투자하는 ‘뉴 스쿨 벤처펀드’ 설립에 참여했으며 기술산업 발전에 유리하도록 법안이 제정되고 개정되도록 활동하는 테크넷이란 로비단체 설립도 주도했다. 록그룹 U2의 보노가 이끄는 빈곤퇴치 캠페인 ‘원(One)’의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포브스가 뽑은 미국 최고의 벤처캐피탈 투자자

도어는 순자산이 17억달러로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582위에 올라 있다. 도어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가장 탁월한 벤처캐피탈 투자자 명단인 ‘미다스 리스트’에 2008년과 2009년 연속해서 1위에 올랐다.(지난해에는 ‘미다스 리스트’를 선정하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에 관심이 많아 청정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회사인 블룸 에너지와 바이오연료 개발 회사인 아미리스에 자금을 댔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주도하는 ‘기후 보호를 위한 연대(Alliance for Climate Protection)’에도 참여하고 있다.
좋아하는 책도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외에는 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책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뜨겁고 평평하게 붐비는 세계’와 앨 고어의 ‘환경 재앙을 넘어 아름다운 성장을 위한 우리의 선택’, 에릭 로스토우의 ‘탄소 세대(The Carbon Age)’ 등이 도어의 추천도서다.
특히 토머스 프리드먼의 열렬 팬으로 그의 기사는 빼놓지 않고 읽는다. 도어는 최근에는 존 헤일먼과 마크 핼퍼린의 2008년 미국 대선 뒷이야기를 다룬 ‘게임 체인지’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2008년에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1억달러 규모의 아이펀드(iFund) 출시를 선언하면서 “아이폰이 PC보다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아이폰은 당신이 누구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해 주목 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아이펀드 규모를 2억달러로 늘려 휴대폰 산업에 투자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펀드로 만들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많은 사회운동가
KPCB 홈페이지에는 도어가 “그린에너지 혁신과 지구온난화 방지, 제3세대 모바일과 소셜 네트워킹, 차기 큰 변화(Big Thing)를 만들어내는 기업에 열정을 갖고 있다”고 소개한다. 아울러 글로벌 온난화 방지와 일자리 창출, 공공교육, 빈곤퇴치를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밝힌다.
도어의 최우선 순위는 가족이며 취미는 록 콘서트 관람, 자전거, 하이킹, 스키, 사진, 웹 서핑, 독서 등이다.
도어가 KPCB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감동 받았다고 소개하는 명언은 다음과 같다.
“당신이 어디 사느냐가 당신의 삶과 죽음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보노
“나는 우리가 빈곤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만약 우리가 그럴 의지만 있다면. 그런 세상에서는 오직 박물관에서만 가난을 볼 수 있을 것이다.”-무함마드 유누스
“녹색주의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자유분방하고 환경보호라는 목적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과격하며 남자들도 여성스러우며 사내가 계집애 같다고 생각하며 또 비애국적이고 모호하며 프랑스적인 성향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나는 녹색주의자를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애국적이며 지정학적으로 전략적이며 미국을 위한 것으로 재정의하려 노력해왔다.”-토마스 프리드먼
“사려 깊고 헌신적인 소규모 시민들의 모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마가렛 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