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스닥 우량기업의 조건

[기자수첩]코스닥 우량기업의 조건

우경희 기자
2011.04.26 07:43

"우량기업부에 못 끼면 거품기업, 불량기업인가요?"

한국거래소의 '우량기업부' 선정에 탈락한 한 코스닥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거래소는 내달 2일부터 코스닥기업의 소속제도를 변경한다고 밝혀 왔다. 사업의 성격이나 대기업 계열사별 분류가 아닌 '실적'만으로 코스닥기업을 분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거래소는 자기자본이 700억원 이상이거나 최근 6개월 시가총액이 평균 10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우량기업을 정했다. 매출액은 최근 3년 평균 500억원을 넘겨야 한다. 성장성을 감안한 예외규정은 없다.

우량기업에 포함될 기업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시가총액 200위권 기업 중 80개가 넘는 기업이 탈락했다.

분류를 당하는 상장사들은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총 순위 상위임에도 우량기업에 탈락한 회사 관계자는 "코스피를 상위, 코스닥을 하위시장으로 부르는 것은 코스닥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코스피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투자자들도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성장성이 아니라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고른 기업이 정말 우량기업이냐"는 불만이다.

다른 탈락기업 관계자는 "우량기업이 아니라 망하지 않을 기업을 고른 것처럼 보인다"고 토로했다.

기업의 발전가능성을 점친다는 것은 유가나 환율을 전망하는 것처럼 어렵다. 벤처기업부를 별도로 둬 성장가능 기업을 묶은 것 역시 거래소의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평가 대상자들이 기준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류가 과연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거래소가 잠정 분류한 것으로 알려진 기준에는 '투자주의 환기종목'과 '관리종목'도 있다. 우량기업에도, 불량기업에도 속하지 않는 기업은 '어정쩡 기업'으로 또 분류할 노릇인가.

투자자보호와 시장 발전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거래소의 고민을 이해하긴 하지만,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말은 시장 관리에도 적용되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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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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