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빈 라덴 사망으론 추가 상승 역부족

[월가시각]빈 라덴 사망으론 추가 상승 역부족

권성희 기자
2011.05.03 09:22

10여년 전 미국 금융가의 심장을 강타했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됐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이 소식에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했다.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5일만의 약세이고 나스닥지수는 무려 9일만에 하락이다. 그간 쉬지 못했던 탓인지 나스닥지수 하락률이 0.33%로 가장 컸다. S&P500 지수는 0.18%, 다우지수는 0.02% 떨어졌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빈 라덴이 사살됐는데도 왜 주식 투자자들은 환호하지 않았는가이다. 한국과 일본 증시는 오히려 큰 폭 상승했는데 뉴욕 증시는 왜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일까. 물론 이날 뉴욕 증시는 강세로 출발했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께 장중 고점을 친 뒤 상승폭을 줄여가다 정오가 지나면서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CNN머니는 "장기 랠리를 지속하기 위해선 빈 라덴의 죽음 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D.A. 데이비슨&Co.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프레드 딕슨은 "빈 라덴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의 마음에 확실히 각인되고 어닝시즌이 절정을 지나면서 증시는 오히려 조정이 임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빈 라덴의 죽음은 리스크 요인을 제거하지 못하며 중동의 정치적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던칸 윌리엄스의 수석 부사장인 제이 서스카인드는 "지금 시장은 양분 상태"라며 "기업들의 실적이 긍정적으로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촉발됐고 이에 따라 증시는 최고의 넉달을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원자재 가격 상승의 부담을 피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좀더 뚜렷한 징후가 나타날 때까지 차익을 실현의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스카인드는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은 투자자들을 흥분시켰지만 그렇다고 주식시장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타이펠 니콜라우스의 시장 전략가인 엘리엇 스파는 "나스닥지수는 지난 8일간, 다우지수와 S&P500 지수는 지난 8일 중 단 하루만 빼고 상승세를 지속했다"며 "거침없이 올라오던 증시가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차익 실현의 편리한 구실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빈 라덴의 사망은 전형적인 '호재에 판다'는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크레딧 유니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의 경제 및 통계 담당 부사장인 마이크 쉔크는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은 약간의 불확실성을 제거했지만 동시에 약간의 불확실성을 만들었다"고 말해 알 카에다의 보복 공격에 대한 우려를 시사했다.

쉔크는 "빈 라덴의 사망은 심리적으로,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동시에 보복 공격에 대한 걱정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미 관련 지역으로 여행을 조심하라는 경고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이 여전히 위험한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인식하게 됐으며 이러한 메시지는 시장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했다.

쉔크는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묻고 싶은 것은 "그래서 빈 라덴의 죽음이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유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데?"라는 질문이라며 "이에 대한 대답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점이고 따라서 빈 라덴의 죽음은 시장에 반짝 호재일 뿐 시장의 관심은 다시 펀더멘털"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에 위치한 디어본 파트너스의 이사인 폴 놀티는 "지루하긴 하지만 시장의 펀더멘털에 좀더 신경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은 어닝시즌 막바지에 도달한 시장에 약간의 흥분을 줬지만 이는 단기 효과일 뿐"이라고 밝혔다.

반얀 파트너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로버트 파블릭은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매수해도 좋다는 보증서는 아니다"라며 "이 소식 때문에 주식 투자를 시작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No)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41센트 하락, 113.52달러로 내려가며 에너지업종이 1.3% 떨어진 것도 증시 약세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 치트 쉬트의 최고경영자(CEO)인 더릭 호프먼은 "원유시장은 전반적으로 감정적이며 즉각적"이라며 "글로벌 리스크가 낮아지면 원유시장에 두려움이 잦아든다"면서 이날 유가 하락을 설명했다.

이날 달러는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못했고 금값도 올랐다. 은값은 급락했지만 선물거래 증거금이 일주일 사이에 두 번째 인상된 탓이었다. 안전자산인 국채는 빈 라덴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강세였다. 결국 이날 빈 라덴의 죽음으로 예상대로 가격이 움직인 것은 원유밖에 없었다.

이를 감안할 때 빈 라덴의 죽음은 전체 자산가격의 흐름에 일시적인 영향만 미칠 뿐 거시적인 방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경기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가 장기 랠리를 이어온 뉴욕 증시의 향방과 달러 약세의 지속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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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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