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과주식 사서 과자값 보탤까

[기자수첩]제과주식 사서 과자값 보탤까

신희은 기자
2011.05.05 15:13

초등학교 때, 어린이날 전날 밤은 잠이 오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어린이날 선물로 무엇을 사주실지 상상하느라 눈빛이 되레 초롱초롱해졌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면 머리맡에 큼직한 상자가 놓여 있었다. 폼 나는 레고블록이나 인형놀이 세트가 아닐까 포장을 급히 뜯어보면 '종합과자선물세트'였다.

돌이켜보면 종합과자선물세트는 부모에게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덜어준 친구였고 아이에게는 행복한 어린이날 추억을 안겨준 보배였다.

이제는 훈훈한 종합과자선물세트도 옛말이 됐다. 2000원을 들고 슈퍼에 가면 마음껏 과자 한 봉지 고르기도 쉽지 않다. 몇 개만 손에 쥐어도 1만원은 훌쩍 넘어간다.

이미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제과업체들은 어린이날 대목을 앞두고 발빠르게 과자값 인상에 나섰다. 해태제과, 롯데제과, 농심, 크라운제과는 지난 3일부터 일찌감치 인상된 가격에 제품을 팔기 시작했고 오리온도 이달 중순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곡물 등 원재료값 인상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하필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모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인상폭도 출고가 기준 평균 8% 내외로 적지 않다. 롯데제과는 마가렛트, 빠다코코낫, 꼬깔콘, 제크 등 22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8% 올렸다. 농심 새우깡은 7.7% 인상됐고 양파링도 6.8% 올랐다.

아이들에게 과자 하나 사주려 해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게 된 부모들의 마음은 한없이 무겁지만 시장은 비정(?)했다.

과자값 인상 소식에 증시에서는 축포가 터졌다. 과자값 인상이 실적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연이틀 조정장에서도 제과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4일 코스피 시장에서 산도, 땅콩샌드, 웨하스, 버터와플, 마이쮸, 빅파이, 미니쉘, 콘칩 등을 만들어내는 크라운제과는 3.2% 상승했다. 비스킷, 초콜릿, 껌 등을 제조하는 오리온도 1.8% 올랐다. 롯데제과는 3일째 상승행진을 이어오다 이날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과자값 인상으로 뜻밖의 선물을 받은 어른 투자자들도 이날만은 '평가이익'을 셈하기가 민망할 듯 하다. 투자자들도 대부분은 부모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날만 동심과 부모의 마음을 사려고 선심행사를 벌이는 것도 가식적이지만, 선심은 커녕 기다렸다는 듯 값을 올리는 제과업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수는 없는 일이다. 제과 업체 주식이라도 사서 과자값을 보태야 하는건지 부모들은 입맛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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