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 사태로 다시 주목받는 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사태로 다시 주목받는 강남 판자촌

김부원 기자
2011.05.16 10:11

[머니위크 커버]구룡마을은 지금/ 헌인마을, 달터마을은

"시공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재개발은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진행될 겁니다."

"이렇게 막무가내 식으로 하는 데 재개발사업이 제대로 진행될리 있겠습니까."

지난 3일 현장에서 만난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조합 측과 입주자 측은 이처럼 상반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늘 그렇듯 헌인마을 역시 재개발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불길함마저 감돌고 있다.

서울시가 구룡마을을 공영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강남 판자촌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단연 내곡동 헌인마을. 구룡마을과 달리 헌인마을은 민영개발이 이뤄지는 곳으로 아파트단지가 아닌 고급 단독주택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토지 매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시공사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개포동 달터마을(행정구역상 구마을) 역시 강남의 대표적인 판자촌 중 하나다. 사실 이 지역에 대해선 아직 재개발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이 없다. 하지만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달터마을 역시 재개발을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구룡마을을 비롯해 서울 강남권이 판자촌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진통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사 법정관리로 난항에 빠진 헌인마을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 일대 약 13만㎡ 규모의 헌인마을은 1960년대 초에는 나환자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곳은 가구단지로 변했고 무허가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8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헌인마을에 3층 이하의 단독주택 261가구를 짓도록 결정했다.

차도와 인접한 헌인마을 초입에는 가구점들이 즐비하게 자리했고 언덕에 오르면서 일반 주택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찾은 헌인마을은 누가 봐도 재개발 예정지임을 알 수 있을 만큼 공허함이 느껴졌다. 이미 언덕 위 주택들은 대부분 철거된 상황.

반면 상당수 가구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만 한두명 눈에 띌 뿐 과거 가구단지의 명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이 손님 한명 찾지 않는 이곳을 지금까지 떠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직 조합 측과 토지 매입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헌인마을에서 20여년간 살았다는 한 가구점 대표는 "조합 측에서는 평당 700만원에 토지를 매입하려 했지만 그 정도 수준의 가격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며 "조합 측은 아직 70%의 토지만 매입했고 30%는 여전히 미매입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합이 여러 가지 법적 소송에 걸려 있어서 재개발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매입자들도 조합 측과 협의가 원활히 이뤄져 차라리 이곳을 빨리 떠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재개발 시공사인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 두 건설사가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달 PF대출 만기가 도래했지만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 물론 두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철회하고 워크아웃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여전히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의 향방은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반면 조합 측은 재개발사업이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며 여전히 긍정적인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헌인마을 재개발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해당 건설사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기업은 아니지 않냐"며 "재개발사업은 별 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개포주공 재건축에 불안해진 달터마을

구룡마을, 헌인마을과 달리 달터마을은 아직 재개발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인근 개포주공아파트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달터마을 재개발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서울시가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안과 관련해 구역 내 무허가 판자촌 정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달터마을은 지하철 분당선 구룡역 앞 달터근린공원 안에 조성돼 있다. 1987년 개포고등학교를 지으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이주해 조성된 곳이 달터마을이다. 구룡역 밖으로 나오면 '구마을 가는길'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화사한 꽃밭 속에 놓여있지만, 가파른 언덕을 조금 올라 막상 달터마을에 들어서면 여러채의 낡은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 마을 주민들 상당수는 노인층이다. 강남구청 측은 현재 달터마을에 256세대가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달터마을은 공원 안에 있다는 이유로 강남구청 주택과가 아닌 공원녹지과의 관리를 받는 점이 특이하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개포주공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무허가 판자촌을 정비하는 방안도 마련해야겠지만 아직 달터마을 재개발에 대해선 어떤 계획도 확정된 게 없다"고 전했다.

지역 개발을 위해선 무허가 건물이나 노화된 주택들을 정비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다만 사업성만을 고려하기 보다는 먼저 저소득 원주민들의 이주대책을 현실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재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한 부동산업 관계자는 "대부분 판자촌이 그렇겠지만 특히 달터마을의 경우 스스로 이주 방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들이 모인 곳"이라며 "재개발로 인한 잡음과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