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업계가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복병을 만나 고전하고 있다. 한때 전자업계의 든든한 캐시카우였던 가전의 부활곡은 쉽게 들리지 않는다.
가전부문은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반드시 이로운 게 아니다'라는 점을 극명히 입증한 적이 있다. 1993년 대우전자는 '탱크주의'를 모토로 2000년대까지 쓸 수 있는 '탱크처럼' 튼튼한 세탁기를 내놓으면서 한때 가전업계 1위로 도약했으나 스스로 발목을 붙잡는 꼴이 됐다. 워낙 제품이 튼튼하다보니 한번 사면 고장 없이 10년간 써 10년간 교체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늪'에 빠진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 인텔을 비롯한 PC용 CPU업체들은 보통 3년 정도 되면 CPU의 힘이 떨어지고,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수명도 다해 새로운 PC 교체수요가 나왔다. 10년 무사고의 튼튼함에도 대부분 가전부문의 이익률은 여전히 5% 내외거나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가전업계엔 또 한번 내려간 제품가격은 다시 오르지 않는다는 통설이 있다. 반도체처럼 수시로 가격이 변동되는 부품과 달리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가격을 올리기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달 27일 열린LG전자(140,900원 ▲5,100 +3.76%)실적발표회에서 스마트폰 전략 다음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집중된 이슈는 가전부문의 수익성이었다. 철판, 구리, 레진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의 원가경쟁력 확보에 대한 관심이었다.
실제 강판과 레진가격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0%, 20% 이상 상승했다. 구리는 톤당 9500달러, 알루미늄은 2700달러선으로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20% 정도 올랐다. 원자재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월 북미시장에서 가격 8~10% 인상을 발표한 LG전자는 지난 4월 초 일부 제품에 한해 가격을 올렸다.삼성전자(220,500원 ▼5,500 -2.43%)나 세계 1, 2위 가전업체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도 마찬가지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자들은 제품가격이 오르면 새 제품으로 교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전업계는 프리미엄제품과 스마트기능을 탑재하는 등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가전업계에 부는 찬바람은 언제쯤 걷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