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60년간 노사분규 한 차례도 없는 이유는?

[CEO 칼럼]60년간 노사분규 한 차례도 없는 이유는?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
2011.06.17 08:09

경영을 하면서 풀기 어려운 과제가 노사문제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이 문제를 어렵다고 여겨본 적이 별로 없어 좀처럼 공감하지 못한다. 60여 년이 넘는 샘표식품 역사상 노사 갈등으로 머리가 아팠던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렇다고 샘표식품 노조 역사가 짧은 것도 아니다. 노조가 만들어진 것이 1980년대 중반이었으니 한국 사회에서 노사분규가 가장 극심했던 시기에도 샘표식품에는 노조가 있었다. 특히 1987년 6.29 선언을 전후해서는 전국적으로 파업을 하지 않는 노조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와중에 샘표식품은 파업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여기에는 초창기부터 가족처럼 지내며 쌓아온 노조와 사측 간의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신뢰의 힘은 같은 문제를 놓고도 극단으로 치닫기보다는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도록 작용했다.

노사 간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임금을 비롯한 노동 조건과 복지 문제 때문이다. 우리는 그 부분에 있어서 노사간 이견이 거의 없었다. 우선 초창기부터 샘표식품의 임금은 파격적이었다.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온 직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전 직장보다 월급이 높다는 것이었다.

또한 초창기부터 샘표식품 직원들은 '샘표 공무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퇴근 시간이 정확했다. 도봉구 창동공장 시절 우이천을 사이에 놓고 형성된 공장지대에서는 멀리서 샘표식품 직원들이 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오후 5시 30분임을 알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1970년대 말부터 직원들에게 분기마다 매출을 공개했다. 담당 부서 직원이 직접 차트를 준비해 매출이 얼마고, 이익은 얼마이며, 지난 분기에 비해 어떤 변동이 있었는지 모두에게 알렸다.

이와 같은 바탕에서 노조가 설립되었으므로 임금 인상을 논의할 때 객관적인 기준이 분명했고 합의를 하기도 수월했다. 오히려 더 올려주지 못하는 것을 미안해했고, 어느 해는 임금을 올리자고 제안하는 것을 노조 측에서 미안해하기도 했다.

우리의 정책을 보고 혹시 돈이 많아서라고 오해하는 이가 있다면 결코 풍족해서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는 지금의 샘표식품을 키워 온 것은 직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먹는 간장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 집집마다 간장을 들고 찾아다닌 직원이 없었다면, 공장에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되었을 때 그것을 복구하려는 직원이 없었다면, 간장 파동 때마다 샘표 간장은 깨끗하다고 믿고 알리는 직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샘표식품은 없었을 것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예전 상인들은 장사는 이문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고 했다. 나 역시도 샘표식품을 운영한 결과, 돈이 남는 것보다 명예와 사람이 남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라. 필자 같은 죽기 직전의 늙은이에게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보다는 진심으로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오랜 벗과 반평생을 몸담아온 샘표식품 가족이 나에겐 더 소중하다.

샘표의 정신에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제까지 샘표식품은 감원이나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내보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진정한 사업가는 능력 있는 직원을 곁에 오래 두는 사람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적어도 이런 믿음이 있어야 직원들도 한 기업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요즘은 모든 것이 가벼워져서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고, 직원들도 조건을 따라 쉽게 회사를 떠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오래 깊이 사귀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가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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