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확실한 딜 구조짜 프로젝트펀드로 도전해야
더벨|이 기사는 06월16일(08:26)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말 운용사 지원서를 마감한 국민연금의 팬아시아(Pan-Asia)펀드. 8곳을 뽑는데 무려 40여곳이 넘는 업체들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벤처캐피탈(VC) 상당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가운데는 증권사도 있었다.
지난 10일 1차 운용사 16곳 명단이 나오면서 이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일부 대형 운용사 외에도 그동안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중소 운용사들이 1차 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증권사 이름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원서를 제출한 한 증권사 PE관계자는 “공동 GP(무한책임사원)로 해외 업체까지 불러들이는 등 운용사 선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건만 1차 서류도 통과 못해 허탈할 뿐"이라고 했다. 그나마 혼자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하는 눈치였다.
증권사가 '전멸'한 이유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입을 다물고 있다. 굳이 선정기준을 공개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증권사들도 '쉬쉬'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히 구분되는 시장에서 ‘슈퍼 갑’인 국민연금에 탈락 이유를 따져 물을 증권사는 없었다.
증권사 PE가 국민연금에 외면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국민연금 그로쓰캐피탈 펀드 역시 운용사 가운데 증권사는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이 유일했다. 정책금융공사가 다른 운용사와 공동으로 일부 국내 증권사를 뽑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은 정책적인 목적을 가진 정책금융공사와는 다르다. 투자 대상이 무엇이든 수익률이 최우선 가치다. 과거 프로젝트 펀드 형태로 증권사를 지원해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국민연금으로선 섣불리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책금융공사가 지난해 출자한 PEF가운데 유독 증권사가 GP로 포함된 펀드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타산지석'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증권사 PE의 트랙레코드(투자 실적) 부족을 가장 큰 탈락 원인으로 꼽는다. 자기자본투자(PI)가 있긴 하지만 이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덩치는 커도 정작 7~8년 장기로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중소 벤처캐피탈이나 독립 PE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팬아시아'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펀드는 국민연금이 처음으로 해외 투자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 해외 투자 실적이 부족했던 건 국내 벤처캐피탈·PE 등도 마찬가지였다. 증권사들은 운용전략, 해외 네트워크, 리스크관리능력 등이 운용사 선정에 더 중요할 잣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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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적어도 1차 심사만큼은 기존 운용사의 트렉레코드 검토에 가장 우선 순위를 둔 것 같다"며 "아직까지 증권사가 운용사로서 제대로 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는 증권사가 지닌 태생적 한계와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어차피 증권사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기반인만큼 '거간꾼'의 역할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기대하는 '무한책임'을 지닌 운용사로서 증권사는 적합하지 않다는 논리다.
한 LP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나 PE에 비해 인더스트리(산업)에 대한 증권사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말 그대로 '될 성 부를 떡잎'을 찾아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인재 풀이 형성돼 있지 않다"고 했다.
증권사가 국민연금의 돈을 받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트렉레코드가 계속 '제로'인 상태로 반복되는 악순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PE관계자는 "확실한 딜 구조를 지닌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어 국민연금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 외에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