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항공기 4대, 복권 사업권, 경마 운영권, 카지노와 몇 개의 항구, 우체국, 2개의 수도회사, 니켈 광산과 니켈 제련회사, 탄약 제조업체, 국가 전력회사와 국가 가스회사, 통신 운영업체, 6개 은행의 지분, 수백마일의 도로, 사용하지 않고 버려진 공항, 올림픽 개최지, 수천 에이커의 땅 등등.
이 목록은 그리스가 부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매각하겠다고 내놓은 민영화 대상들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28일 그리스 정부가 자금 마련을 위해 있는 자산을 탈탈 털어 매물로 내놓고 있지만 인수자는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에 자산 매각을 통해 2015년까지 500억유로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가 팔려는 공기업은 노조가 지분 매각을 극렬 반대하고 있고 정부 소유의 부동산은 시민들이 민영화에 반발하고 있어 자산 매각은 쉽지 않다고 WSJ는 지적했다.
게다가 그리스는 토지 개발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첩첩산중으로 길고 복잡해 아무리 돈이 많은 자산가라 해도 선뜻 그리스 국유지를 매입하겠다고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그리스는 2000년부터 10년간 민영화를 통해 총 100억유로를 조달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절반의 기간 동안 5배나 많은 자금을 민영화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특히 그리스 정부가 팔겠다고 밝힌 부동산 상당수는 이미 오래 전에 매물로 내놓았으나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자산이다.
그리스 정부는 해변과 아테네의 상업용지, 농지, 빌딩, 철도 운행로 등 약 7만여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리스의 사회당 정부는 이 부동산 자산이 3000억 유로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자산 가운데 일부를 팔아 500억 유로를 마련해야 하는 현재, 그리스 정부는 각 부동산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어떤 부동산이 개발 가능한 것인지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천건의 정부 소유 부동산은 이미 무단 점유된 상태다. 그리스 정부는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현황을 파악해 적절한 등록 절차를 밟고 가치를 평가하기로 하고 감정평가사를 고용했으나 여기에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정부는 이 부동산들을 완전히 매각하지 않고 장기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영화와 관련해 정부 대상으로 법적 공방을 벌였던 법학 교수인 조지 카트로갈로스는 "자산을 매각해 500억유로를 마련한다는 건 웃기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리스의 악명 높은 부동산 개발 과정을 감안하면 어떤 인수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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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리스에서는 부동산 소유주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부 소유라도 무단으로 장기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이 부동산은 무단 점유자의 자산이다. 카트로갈로스는 따라서 그리스 정부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해도 소유권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사 소유권을 인정 받았다 해도 이 부동산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관료적 절차를 뚫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인허가를 각각 따로 받아야 하며 나무가 있는 땅이면 산림 담당 관청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해변 땅이면 환경 담담 관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관광지로 가치가 있는 대부분의 토지는 바다에 접한 숲인 경우가 많아 여러 관청에 뒤얽힌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 허가를 받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개발에 반대하는 환경 보호단체들과 마지막 투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단체들이 개발에 반대하는 소송을 걸면 판결이 날 때까지 보통 수년은 걸린다.
대표적인 예가 아테네 외곽에 위치한 헬레니콘 공항이다. 2001년에 현대식 공항이 새로 설립되며 헬레니콘 공항은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록 헬레니콘 공항은 다른 어떤 용도로도 사용되지 못한 채 사실상 버려져 있다.
그리스 정부는 이 헬레니콘 공항을 개발하기 위해 카타르에 투자 유치를 손짓하기도 하고 스페인 건축가를 초청해 공원과 상업 용지로 개발할 계획도 마련했다.
하지만 헬레니콘 공항이 위치한 도시의 시장이 개발에 반대한다며 그리스 정부가 시도하는 모든 일을 방해하고 있어 10년이 넘도록 헬레니콘 공항은 무용지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