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의 식품업계' 압박만이 능사일까

[기자수첩]'위기의 식품업계' 압박만이 능사일까

장시복 기자
2011.07.21 16:01

"현재 우리 식품 소재산업은 존폐 위기 수준에 까지 놓여있습니다."

한 식품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기자에게 작심한 듯 심경을 토로했다. 정부의 강력한 가격 압박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인 셈이다. 이 '메이저' 식품업체의 CEO가 이렇게 느낄 정도니 다른 업체들의 분위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난 4월 이후 대다수 식품 업체들은 '눈칫밥' 속에서도 한 차례씩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국제 원가 상승세로 벼랑 끝에 몰려 어쩔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나마 '9% 안팎'의 인상률로 맞춰 심한 가격 저항은 다소 피해갈 수 있었다. 야권에선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인상률과 시기에 대해 정부와 사전 조율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식품업체들은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이다. 한 자릿수 인상률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란 얘기다. 사실 올 상반기 식품업체들의 실적을 보면 단순히 엄살로만 보긴 힘들다. 요즘 속속 발표되고 있는 업체들의 상반기 실적보고서를 보면 여전히 '마이너스' 일색이다.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하반기 추가 인상의 필요성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이내 "그런데 요즘 같은 시기엔…"이라며 힘없이 말끝을 흐린다. 정부의 전 방위적 단속과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일상화된 풍경이다.

특히 요즘 공정거래위원회가 '식품업계 저승사자'로 나서면서 업체들의 추가 인상 요구 목소리는 잠잠해지고 있다. 최근 한 달간만 해도 공정위는 농심 신라면 블랙의 허위·과장 표시 조사 뿐 아니라 고추장·치즈·컵커피 등 담합 조사에 나서 업계를 초토화시켰다.

신라면 블랙의 경우 1억여원의 과징금으로 솜방망이 논란이 있었지만, 이미지 실추과 매출 급감이라는 또 다른 '처벌'을 받게 됐다. 이런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로 인해 가공식품 업종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라면만 올 들어 가격이 동결된 상태일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선 "왜 만만한 식품 업체들만 잡냐"는 하소연도 나온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정부의 가격 압박으로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반성해야 하겠지만 '시장 원리'가 우선"이라며 "무리한 가격은 결국 시장에서 자연 도태되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업계 스스로의 원가 절감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여론에 떠밀린 반짝 단속만이 능사일지, 이런 압박이 결국 후유증으로 불거지진 않을 지에 대해 차분히 고민해 볼 시점이다. 식품 업체들의 의욕 저하가 낮은 품질로 이어질 경우 결국 국민들의 삶의 질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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